조선 민중대표 이야기꾼 차상찬, 유럽서 첫 이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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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잡지 '개벽'의 발행인으로 민중문화운동을 주도한 춘천 출신 언론인 차상찬(1888~1946)이 유럽 학술계에서 처음 조명됐다.
차상찬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엄태웅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영국 에딘버러대학에서 유럽한국학회가 주최한 제32회 학술대회에서 '국가 정체성 속에 심은 소수자 정체성:차상찬의 야담과 사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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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 교수 야담·사화 주제발표
남성 지식인 여성 조명에 ‘관심’

일제강점기 잡지 ‘개벽’의 발행인으로 민중문화운동을 주도한 춘천 출신 언론인 차상찬(1888~1946)이 유럽 학술계에서 처음 조명됐다. 차상찬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엄태웅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영국 에딘버러대학에서 유럽한국학회가 주최한 제32회 학술대회에서 ‘국가 정체성 속에 심은 소수자 정체성:차상찬의 야담과 사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매년 격년제로 열리는 유럽한국학회는 유럽의 가장 큰 한국학 학술대회로, 매 학술대회마다 전 세계 수백 명의 한국학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차상찬의 업적이 학술적으로 유럽에서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차상찬이 ‘개벽’을 비롯해 문화를 선도한 10여 종 이상 잡지를 발행한 출판인이었다는 점과 소외된 이들에 주목한 차상찬만의 이야기 서술 방식이 소개됐다.
일제강점기 전체주의, 민족주의,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다양한 이념이 등장해 경쟁하던 시기, 차상찬이 보여준 사회 주변부 인물에 대한 관심과 서사는 그동안 학계로부터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엄 교수의 지론이다.
특히 1934년에 간행한 ‘통속조선사천년비사’에서 차상찬이 민중과 사회적 소수자에 주목했고, 이들을 이야기의 중심 인물로 삼았다는 것을 통해 많은 동시대 지식인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또 1937년에 간행한 ‘해동염사’를 통해 조선 여성만을 주인공으로 삼은 90편의 이야기로 구성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엄태웅 교수는 “차상찬은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는 여성의 의지에 높은 가치를 뒀다. 외국인, 맹인, 과부, 여승 등 여성이자 소수자라는 이중의 불리함을 딛고 역량을 발휘한 인물을 알렸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남성 지식인이 여성 역사 인물에 주목한 경우가 없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 인상적이었다는 패널과 청중의 반응이 이어졌다.

차상찬이 박학한 지식을 쌓으면서도 어렵게 풀어내기보다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경로와 언어를 고민했던 활동가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엄 교수는 “차상찬은 조선의 공식 역사에서 가려졌지만 주목할 만한 인물과 사건을 생생히 되살려낸 이야기꾼이었다. 또 그는 천도교의 핵심 인물이었고, 민속과 역사를 연구한 학자이자 한시를 창작한 문인이었다”고 강조했다. 700편이 넘는 저작과이 확인됐으며 여전히 새로운 작품이 발굴되고 있다는 점도 차상찬 연구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엄 교수는 “유럽에서도 일제강점기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차상찬이라는 인물에 대해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차상찬 선생에 대한 업적이 해외에 더 알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 세션은 ‘후기 식민기에서 초기 탈식민기(1930~1950년대)에 걸친 초국경적 한국 정체성의 (불)연속성과 복합성에 대한 고찰’ 주제로 열렸으며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 이해영 중국 해양대학 교수, 제롬 드 위트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교수가 발표자로 참여했다. 김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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