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오늘]K팝 세계화의 새로운 국면
그야말로 심상치 않다. 오랜 시간 기획된 ‘글로벌’ 아이돌만이 설 수 있었던 무대, 바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데몬 헌터스) OST에 수록된 7곡이 모두 진입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지금 K팝의 최고 아이돌은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다. 물론 기존 K팝 아이돌과는 달리 이들은 미국의 자본과 일본의 기술력이 결합된 프로젝트였고,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따른 부수적 결과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한국을 전면에 내세운, K팝 특유의 미학과 사운드를 입은 음악이 미국 ‘주류’를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 유명 K팝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데몬 헌터스>를 보고 필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처음엔 사람들이 우리를 이렇게 보는구나 싶었고, 나중엔 ‘킹’받다가, 끝날 땐 좀 뭉클하더라고요.” <데몬 헌터스>가 K팝 팬덤 내부에서도 광범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그 안에 우리가 그동안 느껴왔거나 혹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K팝의 정서들이 촘촘히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우리를 웃게 만들고, 과몰입하게 하고, 때론 벅차게 만든다.
악령을 퇴치한다는 본분조차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아이돌, 그들을 무결점의 우상으로 바라보며 열광하는 군중, 함께 같은 것을 외치다보면 ‘정말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순간들. K팝을 아는(하는) 사람이라면, 그 연출이 아무리 유머러스하더라도 그것이 진짜라는 걸 안다. 스케줄이 없으면 과자나 먹고 쉬고 싶은 아이돌의 마음도, 사소한 일에 쉽게 흔들리는 대중의 마음도, 그런 운명을 받아들이고 더 많은 도파민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 이 산업의 본질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렇다면 <데몬 헌터스>는 단지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작품이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글로벌한 현상으로 번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 작품은 K팝에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단지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실제로 현재 K팝 신을 이끄는 음악가들이 만든 감각적인 곡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며,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국적, 민족, 언어의 경계를 허문 이 아이돌들은 K팝이기 이전에 그저 귀엽고 매력적인 만화 캐릭터로 받아들여진다. 이 작품에 열광하는 상당수가 아직 K팝에 본격적으로 입문하지 않은 저연령층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오랜 시간 K팝은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었다. 한국 대중음악이 가진 ‘로컬’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서구 주류 음악시장에 어떻게 편입할 것인가. 이를 해결하려 외국 작곡가의 곡을 받고, 외국인 멤버를 기용하고, 나아가 완전한 현지화 그룹을 통해 K팝의 ‘K’를 지우는 작업이 이어져왔다. 최근 K팝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 역시 이런 맥락에서 주목받는 포맷이다.
어쩌면 그 어떤 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궁극의 보편성과 호환성은 헌트릭스나 사자보이즈처럼 캐릭터 중심의 버추얼 세계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 국면에서는 음악만큼이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는 서사의 설득력과 음악가의 기량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질문들이 남는다. 우리는 K팝의 한국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새로운 국면에서도 한국은 K팝의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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