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의 옆집물리학]입자도 파동도 없는 양자의 세상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2025. 7. 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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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탁구공을 떠올려보라. 우리는 저곳에 탁구공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탁구공 같은 물리학의 입자는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다음에는 퐁당퐁당 던진 돌이 만든 물결이 호수 위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물결 같은 물리학의 파동은 넓게 펼쳐져서 위치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입자와 파동은 정말 다르다.

탁구공 하나 옆에 하나를 더 두면 두 개다. 하나, 둘, 셀 수 있는 물리학의 입자는 1+1=2를 만족한다. 파동은 다르다. 오르락내리락 위아래로 진동하며 움직이는 파동에서 가장 높은 곳을 마루, 가장 낮은 곳을 골이라고 한다.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가 파장, 마루와 골 사이 수직 방향 거리의 절반이 진폭이다. 파장과 진폭이 같은 두 파동이 한 곳에서 만날 때 마루와 마루가 만나면 둘이 더해져 진폭이 두 배가 되지만, 마루와 골이 만나면 서로 상쇄해 진폭이 0이 된다. 이처럼 파동은 1+1이 2가 되는 보강간섭을 보여줄 수도 있고, 1+1이 0이 되는 상쇄간섭을 보여줄 수도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소음 제거 헤드폰도 상쇄간섭을 이용한다. 헤드폰 밖 소음을 잠깐 녹음했다가 위아래가 뒤집힌 꼴로 출력해서 소음의 크기를 크게 줄인다. 소리가 입자가 아니라 파동이라 가능한 일이다.

눈으로 직접 입자와 파동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 있다. 네모난 판에 위아래로 두 개의 길쭉한 틈을 낸 것이 이중슬릿이다. 탁구공이 지나갈 정도의 틈을 내고 탁구공을 던지면 위아래 두 틈 중 하나를 통과해 건너편 벽에 도달한다. 위를 통과한 탁구공과 아래를 통과한 탁구공은 각각 벽의 다른 높이에 도달한다. 잉크를 묻힌 탁구공을 하나씩 계속 던지면 벽에는 딱 두 개의 띠가 만들어진다.

파동을 이중슬릿에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나의 파동은 두 슬릿에 동시에 도달해 통과하면서 각 슬릿을 중심으로 한 동심원 모양의 두 파동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건너편 벽에는 두 파동의 마루와 마루가 만나 보강간섭이 일어나는 위치도, 마루와 골이 만나 상쇄간섭이 일어나는 위치도 있다. 빛으로 이중슬릿 실험을 하면 보강간섭이 일어나는 밝은 곳과 상쇄간섭이 일어나는 어두운 곳이 세로 방향으로 여러 번 반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러분도 쉽게 머리카락 한 올과 레이저포인터로 실험할 수 있다. 가로 방향으로 머리카락 한 올을 놓고 레이저 불빛을 비추면 머리카락 위아래로 나뉘어 진행한 빛은 건너편 벽에서 간섭해 밝고 어두운 여러 띠를 만든다. 파동과 입자의 이중슬릿 실험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입자로 실험하면 두 띠, 파동으로 실험하면 여러 띠가 나타난다.

아주 작은 물리학의 입자인 전자로 이중슬릿 실험을 하면 어떤 결과가 얻어질까? 두 슬릿이 있는 지역을 통과한 전자 하나는 형광물질이 발려 있는 벽에 도착해 반짝 흰빛을 낸다. 두 번째 전자를 보내면 다른 위치에서 반짝. 여기까지의 실험에서 한 전자는 딱 한 곳에 도달하니 탁구공과 다를 것 없는 입자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을 여러 번 계속하면 전자가 도착해 흰빛을 내는 위치가 두 띠가 아닌 여러 띠로 나타난다. 전자는 파동처럼 보인다. 전자가 입자라면 여러 띠 간섭무늬를 설명할 수 없고, 전자가 파동이라면 처음 던진 몇개 전자가 구별되는 위치에서 흰빛을 낸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실로 기묘하다. 전자 하나는 파동처럼 두 틈을 동시에 통과해 자신과 자신이 간섭하지만 벽에서 측정되는 순간 입자로 돌변한다.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은 놀라운 자연의 비밀을 알려준다. 아주 작은 양자역학의 세상은 우리가 익숙한 큰 것들의 세상과는 무척 다르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니며, 동시에 전자는 입자면서 파동이다. 입자와 파동은 우리가 익숙한 큰 것들의 세상에서만 명확히 구별된다. 양자역학을 따르는 전자는 탁구공과 같은 입자로도, 머리카락 실험의 레이저 빛과 같은 파동으로도 분류할 수 없다. 전자는 전자일 뿐, 입자와 파동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전자를 윽박지를 수 없다. 기존의 물리학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면 물리학을 바꿀 일이다. 100년 전 6월의 어느 밤, 작은 섬 헬골란트에서 하이젠베르크가 해낸 일이다. 양자역학은 작은 세상의 기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이상해도 그것이 자연의 참모습이다. 인간의 이해가 자연과 다르다면 바꿀 것은 자연이 아니라 우리의 이해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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