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혹은 경남을 거쳐 타지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경남 미술의 젊은 현장과 활동 경향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곧 막을 올린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신진작가 지원전 'N ARTIST 2025:새로운 담지자'를 오는 11일부터 10월 19일까지 2층 2·3전시실에서 개최한다.
'N ARTIST'는 도립미술관이 경남 지역의 신진 작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개최해온 격년제 정례전으로, 지금까지 학예 연구팀 추천으로 19명의 작가를 소개했다. 5회째를 맞이하는 올해부터는 작가의 적극적인 참여와 선정 절차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모제로 전환해 작가를 선정했다.
이번 공모에는 총 23명이 지원한 가운데 1차로 학예 연구팀 서면 검토와 2차로 외부 심사 위원 인터뷰를 거쳐 김현태(1985~), 박기덕(1990~), 박준우(1991~), 방상환(1991~), 장두루(1999~)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현태는 창녕에서 부산을 거쳐 서울에서 활동 중인 작가로,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이미지에 대한 관심으로 근대 회화, 고전 영화, 웹상의 이미지 등을 차용한다. 주로 고향 주변 풍경이나 고향집 내부 풍경에 고전 한국 영화 스틸컷을 오버랩하는 방식을 취하며, 근대 사진이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빛바랜 색채 감각을 회화에 표현한다. 전시에서는 버스 창밖 풍경을 모티브로, 전면의 우거진 넝쿨과 원경의 아파트가 보이는 신작 등을 선보인다. 넝쿨 풍경은 현실의 주식 차트 패턴으로 중첩되고 각색된 고전한국영화 이미지가 오버랩돼 은폐된 역사·사건, 또는 내밀한 인간의 욕망을 대변한다.
박기덕은 부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창원·김해에서 성장한 뒤 현재 서울과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 국가와 자본이 만들어 내는 국가적 계획과 자본의 흐름이 개인의 삶을 밀어내고 재배치되는 역사에 주목해 왔다. 시대와 사회의 흐름으로부터 변주된 사물의 용도와 상징을 들춰내,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 부등가 교환과 모순에 가 닿고자 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본주의 체제 내 국가-자본 주도의 도시 계획이 동반하는 불안정한 주거가 불안한 일상과 맞물려 개인의 삶을 어떻게 재배치하는가를 들춰낸다.
박준우는 창원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창원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화가로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풍경·일상·사건의 장소성은 창원이라는 도시의 특수성과 연결된다. 박준우의 풍경은 창원의 계획적이고 정돈된 일상에 가려진 국가와 개인의 서사를 드러낸다. 이는 사적 서사와 공적 서사가 공존하거나 충돌하며 여느 도시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도시, 창원으로 진입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원의 일상 풍경, 그리고 작가인 동시에 물류센터 노동자로서의 경험을 담은 공장 풍경 등 생경하면서도 대조되어 보이나 작가의 삶 속에 늘 공존하는 풍경을 그린 신작 등을 선보인다.
방상환은 양산 통도사 인근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현재 창원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그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돌파하기 위해 원이라는 규칙 안에 기하학적 도형을 채운 '만다라 시리즈'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기하학적 도형의 부가·반복·중첩으로부터 일종의 리듬감·공간감을 만들어낸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각 도형은 배열된 평면 속에서 고유의 감각적 역할을 수행하며, 일상이나 자연의 소리, 사회나 우주의 질서, 또는 기계적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등 나름의 수학적 추상성을 띈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평면 회화의 형식으로 시도했던 기하 추상 작업의 근간이 된 다양한 도형들을 실제 공간에 설치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장두루는 마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마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자연과 가까이에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 그리는 삶' 자체를 생활로 고안하고 탐구하는 한편,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사라지고 잊혀가는 가치와 존재를 불러내 지금의 삶으로 일궈내고자 노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땅에 자리한 종들을 긁어내는 자본의 위압으로부터 회복의 힘을 가진 땅에 주목한 신작 등을 선보인다. 매립으로 수탈된 마산의 역사를 추적하고 지역의 예술가가 남긴 과거 마산에 관한 자료를 참조해 지역의 찬란한 풍경을 재현하는 동시에, 자연의 회복에 대한 기원을 조형 언어로 구현한다.
이번 전시는 이들의 작업 태도에 주목하며 이들의 과거 작품부터 2025년 신작, 인터뷰 영상, 작업 과정에서 참조하거나 영향받은 다양한 자료(구상 스케치부터 사진, 영상, 도서, 작가 노트 등)를 소개한다. 관객은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조사와 연구, 실험의 과정이 동반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작가들은 보다 구체적인 작품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박금숙 관장은 "신진 작가 공모가 전시라는 결과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젊은 미술 현장의 다양성을 만들어 나가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며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관객과 작가가 보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