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찜통서 쉴 새 없이 작업…쿠팡 노동자 온열질환 무방비
관리자 감시…물 한 모금도 눈치
쉴 공간은 너저분…불쾌감 더해
강도 대비 임금도 턱없이 부족
일용직 노동자들 “다신 안 해”
노조 “폭염 대책 마련 시급”

"오늘은 땀으로 목욕한 줄 알았어요. 너무 덥네요."
지난 8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 원창동 한 건물 6층에 있는 쿠팡 인천3캠프에는 주간조(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근무)에 지원한 50여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센터 앞 주차장 위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노동자들의 손마다 쥐어진 선풍기가 눈에 띄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인천의 최고기온은 영상 35.6도까지 치솟으며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습도는 한때 70%를 기록하는 등 찜통더위를 보였다.

이날 노동자들은 상·하차, 소분류 등 포장된 택배 물건들을 분류하거나 대형 트럭에 싣기 위한 작업에 투입됐다.
업무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노동자들의 이마엔 땀이 한가득 맺혔다.
각종 기계와 사람들로 분주해진 캠프 내부 온도는 시간이 갈수록 올라가 숨이 턱 막혔고, 천장에 있는 10개가량의 대형 실링팬은 시원한 바람을 불어다 주진 않았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속옷이 젖을 정도로 내부는 무더웠고 현기증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관리감독자들의 날 선 감시 속에 물 한 모금조차 눈치가 보였다.
건설 다리 위에서 총괄하는 감독자는 잠시 허리를 펴고 가만히 서서 스트레칭 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저 사람은 뭐 하는지 확인해라"라고 하급자에게 지시하며 노동자들이 기계처럼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감시했다.

에어컨이 느껴지지 않는 폭염 속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휴게시간은 총 70분. 점심시간은 30분씩 쪼개졌고, 더운 날씨 탓에 10분의 추가 휴식이 주어졌다.
휴게 공간은 에어컨이 상시 가동돼 노동자들의 열을 식혀 주었지만, 짐들과 각종 쓰레기로 정리 정돈이 되지 않은 탓에 불쾌감을 더했다.
숱하게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봤다는 20대 A씨는 "노동강도는 세고 그 와중에 너무 더워 쓰러질 뻔했다"라며 "다시 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9시간 30분 일하며 받은 임금은 13만9337원이다. 신규수당 등이 포함된 금액이지만,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한 강도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했다.
인천의 다른 쿠팡 캠프와 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주 서구 한 센터에서 근무했다는 20대 B씨도 "바깥 온도가 30도를 훨씬 넘어섰지만, 선풍기만 틀어줘 너무 더워서 성질 다 버린 느낌이다. 다신 안 간다"라고 말했다.
3개월간 주 2~3회 근무한 30대 C씨는 "너무 더워져서 요즘은 안 나가고 있다. 휴게공간 추가 설치와, 휴게시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가 이용우(민, 인천 서구 을)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서브허브(캠프)별 냉방장치 및 휴게시설 현황'에 따르면 인천3서브허브에는 에어컨이 총 3대 밖에 없다.
서브허브별로는 ▲인천1서브허브 4대 ▲인천7서브허브 2대 ▲인천2서브허브 5대의 에어컨이 설치됐다.
최효 공공운수노조 쿠팡지회 인천분회장은 "캠프는 매분 매초가 마감이기에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한 사람은 쉴 틈이 없다"라며 "에어컨 확충, 2시간에 20분씩 휴게시간 부여 등 폭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근본적인 현장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평생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라고 짚었다.
쿠팡 측은 지난 1일 인천3캠프를 비롯한 전국 CLS에 차폐식 대형 냉방 구역을 설치하고, 작업장 주변에 정수기와 얼음 생수 등을 비치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에 힘쓴다고 밝혔다.
쿠팡 CLS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지침에 부합하도록 추가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홍준기 기자 ho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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