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박지원의 폭염 만담

모든 동물은 적정 체온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체온 유지를 위해 자연환경에 적응하거나 진화한 동물들의 서식지가 제한적인 이유다. 인간도 36.5도의 체온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동물과 달리 어디서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문명을 발전시켰다. 불을 발견한 인류가 체온 36.5도를 지킬 수 있는 의·식·주 문명으로 서식지를 확대하면서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인류세는 체온을 지켜낸 냉난방 문명 덕분이다.
극심한 기후 재앙이 인류의 냉난방 문명을 위협한다. 첨단 기술로 냉난방 문명은 만개했지만, 지역과 계층 간의 문명 차별이 격심해진 탓이다. 겨울 혹한이 심각해도 의·식·주로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에 지구가 불가마로 변하는 여름 폭염을 벗어날 방법은 에어컨뿐이다. 지구의 여름 기온이 인류의 정상 체온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체온이 1.5도만 올라도 생명 유지에 적신호가 켜진다.
폭염 시대에 국민 체온 유지가 선진국 복지의 새로운 척도가 됐다. 최근 발생한 인천 맨홀 사망 사고로 폭염 노동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폭염이 빈부 격차, 계층 격차를 심화시키면 열사병에 걸린 사회가 폭발할 수 있다.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지급, 에어컨 보급 등 냉방복지 예산을 확대하는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9일 구속영장심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해 “오늘 저녁이 윤석열이 에어컨 속에서 마지막으로 자는 날”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이 확실하고 들어가면 못 나온다는 뜻이다. “(교도소의) 여름은 지옥”이라며 “당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반헌법 비상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 없이 내란죄 재판을 받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경멸이 대단하다. 박 의원의 발언은 이를 반영한 조롱조 만담이다.
교도소는 대표적인 냉방 복지 사각지대다. 2016년 부산 교도소에서 재소자 2명이 폭염으로 사망하자, 민변 등 진보진영 인권단체에서 해마다 교도소 에어컨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전세계 교도소마다 재소자들이 에어컨 설치를 간청한다. 박 의원 말대로 교도소 폭염이 지옥이라서다. 여론은 범죄자의 냉방 인권에 냉소적이다. 하지만 폭염은 재소자에게 징역형 보다 무서운 가중 처벌일 수도 있다.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의 고민거리다. 박 의원의 윤석열 조롱 만담이 재소자들에겐 비수 같겠다. 정치 9단 원로의 말 무게가 가볍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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