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머물러 있는 헌법상 교육기본권…변화는?
[EBS 뉴스]
새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헌법개정에 대해 최근 추진 시기와 절차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40여 년만에 이뤄지는 개헌인만큼, 교육 관련 조항들도 이번 기회에 손볼 수 있을지, 교육계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1948년 제헌헌법 '균등한 교육 기회' 명시
박정희 정권 "능력에 따라" 문구 추가
"경쟁교육 근거로 오용" 지적에
교육기본권 명확하게 담자는 주장 꾸준
교육의 정치적 중립 조항도 해석에 여지
보다 구체적인 규정 필요 목소리
40년 만에 찾아온 개헌 국면
교육기본권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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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교육 분야 국정과제를 전망해보는 연속기획, 오늘은 교육 개헌 과제에 대해 박은선 변호사와 문제 짚어봅니다.
먼저 개헌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선 현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권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텐데요.
헌법상 교육권 조항의 전반적인 구조와 의미를 먼저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은선 변호사
교육권은 헌법 제31조 제1항에 명시돼 있습니다.
하나씩 뜯어보면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 국적자는 누구나 교육의 주체란 것이고,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 제공 방법은 교육기회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며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권력 등에 의해 교육기회를 침해받지 않을 자유권으로서의 교육권'과 '국가에게 교육시설 등을 요구할 사회권으로서의 교육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교육계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앞서 영상에서 나왔듯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라는 표현이 주로 논란이 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은선 변호사
교육평등이 정의에 부합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냥 균등하게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라서 문제입니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는, 제헌헌법에는 없었고, 1962년 제5차 개헌 당시 박정희 정권에서 추가된 표현입니다.
당시의 개헌 취지도 그랬지만, 헌법재판소 역시 해당 표현을 오로지 사회경제적 차별과 관련해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 표현을 '시험점수가 같음에도 경제력 여건이 다르단 이유로 서로 다른 교육을 제공받으면 안 된다'고 해석하고 있는데요,
이건 반대로 하면, '시험점수가 높은 학생에겐 우수한 교육을, 낮은 학생에겐 열등한 교육을 제공해도 된다'는 식으로 교육차별을 정당화하하게 됩니다.
여기서 여러 교육문제, 사회문제가 파생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교육계, 법조계에서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아예 헌법 제31조 제1항부터 개헌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란 조항이 단지 문구에 머물지 않고 실제 교육 현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십니까.
박은선 변호사
교육의 왜곡, 즉, 대학 입시 중심 교육과 교육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게 아니라 대학별 줄세우기와 같은 서열화의 도구로 쓰인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에서 '그냥 균등하게'가 아니라 '능력별로 차별해서 균등하게' 교육을 제공해도 된다고 규정하다보니, 대학 서열화와 대학 입시 앞에서의 학생 줄세우기가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고등교육법 제34조와 동법 시행령은 대학의 장이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경쟁'시켜 일부만 '선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규정은 상당히 비교육적, 반교육적이고 또 이로 인한 우리 아동, 청소년의 건강권, 생명권 침해 문제까지 심각함에도 이런 법령이 현재로선 합헌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능력에 따라서 등수와 점수로 평가하지 않으면 대학 입장에선 어떻게 학생을 선발하겠냐, 이런 반론도 나올 수밖에 없어보이는데요.
박은선 변호사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시험점수가 높은 것은 그저 시험을 잘 보는 기술이 뛰어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다양한 영역에서 각기 다른 우수성이 있는데, 시험 기술이라는 단일 능력으로 교육기회를 차등 배분하고 승자가 독식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또, 교육사회학자 비고츠키에 따르면, 모든 인간에겐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있고 교육은 이를 돕는 과정인 것인데, 아동 청소년의 현재의 능력으로 교육기회를 제한하는 건 잠재력 개발 기회 자체를 불합리하게 차단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능력에 따른 교육 기회 차등 제공'은 헌법재판소를 자기모순에 빠트리게 하는 문제가 있는데요, 강남 목동 등 교육특구 고등학생의 100점은 이른바 학원발, 7세고시 시기부터 지원해온 부모 등 가정환경발 이런 것들 덕분일 수 있고, 반대로 도서벽지 학생의 70점은 부모의 무관심, 열악한 가정환경 등 때문일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100점 받은 학생만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게 하면, 오히려 헌법재판소가 반대하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기회 차별'이 정당화되어버리는 겁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국민 모두가 적절한 교육을 균등하게 받게 하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어떤 식의 개헌이 필요하겠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일단, '능력에 따라' 부분을 아예 삭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노르웨이, 스웨덴의 헌법이 이런 경우입니다. 둘째로, 시험 점수만으로 교육기회를 제한하지 않도록, '개인의 적성, 흥미, 소질 등에 따라 균등하게'로 개헌하는 방법이 있는데, 핀란드 헌법에선 '본인의 능력과 특별 요구에 따라' 교육기회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고,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헌안 "모든 국민은 능력과 적성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로 변경하는 안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를 '일정 능력, 자격만 갖추면 균등하게'로 수정하는 대안이 있습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이미 1972년에 고등학교 졸업자격자들이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졸업자격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 원하는 전공에 입학해 교육받을 수 있다면서 '국립대학교육에의 균등한 참여권'을 기본권으로 천명한 바 있고, 프랑스 교육법엔 졸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합격자는 누구든 일반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해당 개헌안은 독일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나 프랑스 교육법 등 유럽의 교육이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일정 능력, 자격만 갖추면 균등하게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헌법 제31조 제1항이 개헌되면, 우리의 대입을 유럽과 같이 대학입시를 절대평가인 대학졸업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강력한 근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헌법상 교육 관련한 중요 조항 가운데 하나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입니다.
역시 논란이 많은 부분인데 어떤 방향으로 개정되거나 보완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박은선 변호사
관련 헌법 규정은 제31조 제4항인데요, 여기서 핵심은 '보장한다' 부분입니다.
이 조항은, 이승만 정부 시절 교사와 학생들이 집회에 동원되고 이용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 교육을 정치적 억압, 악용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4.19 혁명 이후의 개헌된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이 헌법조항에 대한 해석이 왜곡돼 교사의 정당 가입 및 활동권,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후원권, 피선거권 등을 불인정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이초 사건을 겪으며 정치참여 필요성을 절감한 교사들이, 정당 후원조차 금지된 우리는 '정치적 금치산자, 정치적 천민'라며 정치적 기본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만 고려해도, 헌법 제31조 제4항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라는 부분의 해석이 더는 왜곡되지 않도록 '교육을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지 않는다'와 같이 개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이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개헌투표가 부처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오는데요.
시간이 많지 않은만큼, 교육 개헌 과제를 둘러싼 논의도 빠르고, 또 진지하게 이뤄져야하겠습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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