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현장속으로]여수 양식어가 "자식같은 물고기 죽을까봐 밤잠 못잔당께요"
"2년 전 고수온 피해…재현될까 걱정"
전남도 비상 체계 돌입…현장 대응반 배치
어민들 치솟은 사료비 등 보상 요구도

"양식장 안의 물고기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입니다."
전국에 13일째 폭염 특보가 내려진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신월동 앞 해역에 위치한 한 양식장. 이 곳에서 우럭과 돔 등 40만 마리를 양식하는 임성곤(67)씨는 요즘 노심초사하며 폭염과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35년간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빨리 무더위와 사투하기는 처음이다.
온 몸을 파고드는 땡볕더위와 줄줄이 흘러내리는 땀으로 금방이라도 쓰러지기 직전이지만, 어떻게든 물고기들을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에 양식장을 벗어날 수가 없다. 임 씨는 "매일 새벽 5시에 나와서 해질 무렵이 돼서야 귀가한다"며 "한여름인데도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우럭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형섭(60)씨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씨는 "가뜩이나 2년전 고수온으로 자식처럼 키우던 우럭 20t을 잃어 2억여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며 "트라우마처럼 남은 고통이 재현될까 무척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살갗을 찢는 듯한 뙤약볕속에서도 올해 여수시가 처음 보급한 액화 산소 탱크를 양식장에 설치하느라 온 얼굴을 땀으로 덮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임 씨와 김 씨의 양식장이 있는 여수를 포함한 전라남도내 대부분 연안에 대해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했다. 주의보는 서해의 함평만·신안 임자도~효지도, 남해의 도암만·득량만·여자만·가막만·해남 울돌목~진도 임회~해남 땅끝·고흥 거금도~여수 남면 안도 등에 이른다. 이 지역의 수온은 남해안 20.5~24.9℃, 서해안 21.1~30.7℃를 나타내고 있다.
우럭의 경우 수온이 28도 이상 올라가면 생존률이 급격히 떨어져, 지속되는 고수온은 양식어가에게는 시한폭탄과 같은 셈이다.
전라남도는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상습 피해 및 양식장 밀집해역 17곳을 중점관리해역으로 지정하고 관리에 나섰다. 관리대상은 6천309어가에 1만9천194㏊, 10억7천4백만 마리에 달한다. 전남도는 중점관리해역에 현장대응반을 즉시 배치하고 특보 해제 때까지 ▲먹이공급 중단 ▲액화산소공급 등 양식어류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장 지도를 강화한다.
전남도 전창우 친환경수산과장은 "수온이 크게 오르면 바닷속 용존산소량이 비례해서 급격히 떨어져 어류 생존률도 함께 낮아진다. 특히 먹이활동을 하게 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산소를 더 소모된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아울러 피해 위험 분산을 위한 긴급 방류와 조기출하 정책도 적극 병행한다. 이를 위해 해앙수산부와 생산자단체·유통업계와 함께 '조기출하 상생협의체'를 꾸리고 오는 9월까지 15억 원 규모의 소비 촉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긴급 방류 지원금을 어가당 최대 5천만 원까지 지원해 어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박영채 전남도 해앙수산국장은 이날 오전 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큰 피해를 겪은 만큼 올해는 철저한 사전 대비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어가에서 양식장 관리 요령을 준수해 피해 예방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에는 전남도에서 7월~10월 장기간 이어진 고수온으로 여수와 고흥 등 10개 시군 990개 양식 어가에서 574억 원 규모의 역대급 피해가 발생했다. 양식어민들은 그러나 "경기 침체로 조기 출하시 판매가 어렵거나 제값을 받기 어렵다"며 치솟은 사료값과 인건비 등을 반영한 현실적인 보상안을 전라남도와 여수시 등에 요구하고 있다. /허광욱·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