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돋보기] 인천시장의 자가당착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가 탄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에서 촉발된 국가적 대혼란을 수습하고 민생을 회복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새 정부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국보다도 어렵다는 작금의 경제 상황을 되살리기 위해 새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화폐 발행 지원도 그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와 민선8기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외면하며 고사 직전까지 갔던 지역화폐들은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춰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단비 같은 도움이 될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와 별개로 지난 3년간 지역화폐를 방치하다시피 했던 지자체들이 이제 와서 생색내듯 관련 정책을 내놓는 모습은 꼴불견에 가깝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역화폐로 손꼽혔던 '인천e음'은 지난 2022년 유정복 시장 취임과 함께 철저히 버림받았다.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캐시백 요율이 줄었고, 캐시백을 받을 수 있는 점포도 줄었고, 캐시백 예산도 줄었다. 소상공인 특화 지원책인 인천e음을 담당하는 부서를 시 소상공인정책과가 아닌 엉뚱한 부서의 말석에 배치했다. 이뿐인가. 공무원들은 전임 시장이 만든 인천e음을 인천e음이라 부르지 못하고 인천사랑상품권이라는 명칭을 쓴다. 호부호형이 금지된 홍길동 처지다. 지역 내 소비를 진작시키고 역외 소비는 둔화시키는 효과가 입증됐다는 한국은행 연구결과(2020)에도 유정복 시정부는 인천e음의 역내소비 증진 및 소상공인 지원 효과가 미흡하다는 주장만 폈다.
시에서 인천e음을 활용할 생각이 없으니 사용자 수와 결제액도 곤두박질쳤다. 2022년 1월 이용자 수 176만 5천912명, 결제액 5천215억 원에 달하던 인천e음은 지난해 9월 각각 80만 5천722명, 결제액 2천33억 원으로 급감했다. 유 시장의 '인천e음 죽이기'는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천시와 유 시장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지난달 말 갑자기 '긴급 민생 경제 안정 대책'이라면서 연매출 3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가맹점에서 인천e음 결제 시 캐시백 요율을 기존 5%에서 7%로 늘렸다. 오는 9월부터는 10%까지 늘린단다. 비록 여전히 인천사랑상품권이라는 명칭을 쓰긴 했지만, 인천e음 관련 언급 자체를 피하던 유 시장이 직접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에 나서기까지 했다. 정부에 국비지원비율 확대를 요청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임기 3년 내내 인천e음을 지우려던 유 시장이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인천e음 캐시백을 올리겠다니, 자가당착 그 자체다. 오락가락 모순적인 행정을 300만 인천시민께서 어떻게 바라보실지 의문이다.
올 초 유 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책을 냈었다. '찢는 정치꾼, 잇는 정치인'이라는 제목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유 시장의 인지도가 저조해 논란이 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당시 이재명 후보를 콕 찍어 비하하는 표현을 쓴 것이다. 본인이 비난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 정부를 향해, 본인이 사장(死藏)시키려고 했던 인천e음 관련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하는 모습이 뻔뻔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최근 유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마 본인을 '인천e음 창시자'라고 소개하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민께 캐시백 혜택을 돌려드렸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인천e음을 찢어버린 정치꾼이 누구인지,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이재명 탓'이라고 우기는 편 가르기로 민심을 찢어버린 정치꾼이 누구인지, 유권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문세종 인천시의회 의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