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고양이는 '고니'였다 [달곰한 우리말]

2025. 7. 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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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적어도 고려 때는 고양이를 고니라 불렀다는 말이다.

그런데 주변 지역으로 밀려난 괴나 고냉이가 계림유사의 고니와 현대어 고양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 고리가 된다.

결국 고양이는, 일정한 소리 변화가 일어나고 특정 접사가 붙는 등의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아무도 순우리말임을 의심치 않는 그런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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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언어를 통틀어 '고양이'를 가리키는 단어는 다음 두 부류다. 영어 'cat'과 같이 [k]로 시작하는 것(K계)과 중국어 '마오'와 같이 [m]으로 시작하는 것(M계). 그래서 일본어 '네코'는 '네-'가 앞에 붙었다거나 해서 만들어진 말로 이야기된다. 한국어 고양이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본래 K계에서 기원한 외래어였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고양이는 외래종으로, 10세기 이전에 어느 외국에서 그 명칭과 함께 들어왔다고 한다.

한국 고양이 명칭의 가장 오랜 기록은 '계림유사'(1103)다. 계림유사는 송나라 사람 '손목'이 지은 책이다. 그는 사신단의 서장관(기록 담당)으로 고려에 왔다가 자신의 업무 외에 수도 개경의 말을 수집해 계림유사를 썼다. 이 책 속 350여 개 단어 중의 하나가 고양이다. 당연히 한자('鬼尼')로 쓰였는데 '고니' 정도로 읽힌다. 적어도 고려 때는 고양이를 고니라 불렀다는 말이다. 이 고니가 거의 모든 현대 방언형의 조상이 된다.

오늘날, 고양이의 방언형은 크게 네 계열이다. ① '고양이, 괭이' 등의 고양이계 ② '괴, 궤' 등의 '괴'계 ③ '고냉이, 고내기' 등의 '고냉이'계 ④ '나비, 야옹이, 냥이' 등 호칭이나 의성어, 줄임말에서 생겨나 전국 여기저기에 흩어져 출현하는 별칭들이다.

이 중에 고양이계는 경기, 충청, 전북, 경남 등지에서 쓰이며 괴계는 전남, 고냉이계는 강원과 경북 동부 및 제주에서 주로 쓰인다. 지리적으로 보면 고양이가 사방으로 세력을 확장해 괴(서부 남해안)와 고냉이(동해안과 제주도) 등을 한반도 외곽으로 밀어낸 형국이다. 그런데 주변 지역으로 밀려난 괴나 고냉이가 계림유사의 고니와 현대어 고양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 고리가 된다.

괴의 옛날 발음은 '고이'다. 고이에는 'ㄴ'이 없으나 고냉이에는 있으므로 이들의 원형은 고니가 틀림없다. '아이다(=아니다)'처럼 모음 'ㅣ' 앞의 'ㄴ'이 탈락해 고니에서 고이로 변했을 터이다. 훗날 고이에 '-앙이'가 연결돼 고양이란 어형이 탄생했다. 이때의 -앙이(또는 '-앵이')는 대체로 고유어에 붙어 '작은 것' 또는 '친근함'을 나타내는 접사다. 결국 고양이는, 일정한 소리 변화가 일어나고 특정 접사가 붙는 등의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아무도 순우리말임을 의심치 않는 그런 단어가 되었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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