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VIP 격노설’ 피의자 김태효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최고 실세였다. 그의 지론인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윤석열의 기본 노선이 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 측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소극 대응한 것이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3자 변제 해법을 불쑥 내놓은 것도 그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잠깐 변호사로 일한 것 말고는 줄곧 검사로 재직한 윤석열이 외교안보를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자유’ 타령을 입에 달고 산 윤석열이 일방적 친일외교 주연배우였다면 김 전 차장은 그 총감독이요, 배후 복화술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방미를 한 달 앞둔 2023년 3월29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사퇴했다. 윤석열의 대광초등학교 동창인 김 전 실장은 윤석열의 ‘외교안보 과외 교사’로 불렸다. 그런 사람이 돌연 사퇴했으니 추측이 분분했다. 그중 하나가 김 전 차장과의 갈등설이었다. 대일협력 강화를 두고 신중론자인 김 전 실장과 속도론자인 김 전 차장의 시각차가 컸는데, 윤석열이 김 전 차장 손을 들어주었다는 거였다. 상급자와 하급자가 충돌하면 하급자가 물러서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반대로 상급자가 튕겨 나갔다고 봤다. 김 전 차장 위세가 어느 정도였나 보여주는 일화다. 그는 윤석열이 사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민이기도 하다.
채 상병 특검팀이 김 전 차장에게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였다. 수사 외압 분기점이 된 ‘VIP 격노설’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것일 테지만, 김 전 차장과 안보실의 수사 외압 관여 여부도 조사할 것이다. 김 전 차장은 내란 사건 특검팀에도 불려갈 공산이 크다. 그에게는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통화하며 비상계엄 정당성을 강변했다는 의혹 등이 있다.
채 상병 특검팀이 9일 수사 외압 피해자인 박정훈 대령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취하해 박 대령은 무죄가 확정됐다. 뒤집힌 것이 바로 서는 사필귀정의 시간, 은폐와 거짓의 장막이 걷히는 진실의 시간이 이제껏 꼬리 밟히지 않고 기세등등하던 김 전 차장을 향하고 있다.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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