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대파 ‘쓱’ 주문했더니 ‘흐물’ 배송…SSG닷컴, 배달지연 원성
신선식품용 설비·인력 투자 등 부족해 소비자 불편

지난 5일 서울 동작구에 사는 고아무개(41)씨는 평소처럼 ‘에스에스지(SSG)닷컴’의 이마트몰에서 계란·치즈 등 신선식품을 주문했다. 그는 그동안 당일 배송 또는 원하는 시간대에 수령할 수 있어 ‘쓱배송’을 자주 이용했다. 그날은 ‘일시적인 주문량 증가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으나 오늘 중 배송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한밤에도 25도를 웃도는 열대야에 물건이 상할까 봐 새벽 1시40분까지 기다렸지만, 상품은 잠든 뒤인 새벽 2시47분께 도착했다. 오전 10시께 이를 확인한 고씨는 “계란, 냉동 슬라이스 대파, 냉동 모차렐라 치즈 등이 다 녹아서 흐물거리는 상태가 됐고, 아이스팩 하나가 터져서 한 박스가 완전히 젖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신세계 온라인 쇼핑몰인 ‘에스에스지닷컴’의 배송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불편을 겪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에스에스지닷컴이 서울 서부 지역 배송을 씨제이(CJ)대한통운에게 맡겼는데, 배송 지연으로 신선식품 품질 저하 등이 나타난 것이다.
배송 문제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신세계와 씨제이(CJ) 간 협업해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강력한 부상에 신세계그룹 산하 대형마트 이마트는 배송 서비스 강화로 맞불을 놓으려다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고, 배송 서비스를 씨제이그룹 산하 물류업체 대한통운에 맡겨 이를 풀어내려 했다. 대한통운 역시 쿠팡에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지난해 6월 신세계 산하의 지(G)마켓, 에스에스지닷컴과 손을 잡았다. 신세계는 배송 품질을 높이고, 대한통운은 기존 물류망을 활용해 고객을 더 확보하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단기간에 신선식품을 빨리 대량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춰 안정시키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이 그동안 안 했던 신선식품 대량 배달에 나서다 보니 운용 능력과 기반 시설에 부족한 점을 드러낸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부터 쓱배송을 이용했다는 정아무개씨는 이전에는 3㎞ 떨어진 이마트에서 주문한 상품이 왔는데, 최근에는 경기 남동부 지역의 물류센터와 김포 물류센터 등을 거쳐 집에 도착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신선식품이 냉동 탑차가 아닌 일반 탑차로 배송한다고 해서 환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냉장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대한통운을 상온에서 운반하는 공산품 위주의 전통적인 물류 서비스를 잘하는 곳으로 꼽는다. 새벽배송 전문업체 컬리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빅데이터를 통해 판매량을 예측해 발주하는 아이티(IT)시스템과 콜드체인으로 물류 시스템을 구성해 배송 어려움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배송을 맡은 대한통운 기사들도 회사의 설비와 인력 투자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택배 물량 외에 빠르게 처리해야 할 신선식품 등 쓱배송 등이 추가됐는데 회사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작업 공간과 배송기사 확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까지 서비스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대한통운 기사는 “쓱배송 물품을 하차하는 작업장 부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다 보니, 하청받은 도급사가 준비한 열악한 작업장에 택배 박스를 도떼기시장처럼 깔아놓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통운 관계자는 “저희는 물류 전문이니까 (예전 배송 방식과 달리) 해당 지역 물류거점으로 운송하고 거기서 빠르게 근거리 배송을 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하고 있다. (신선식품 배송) 물성에 따른 패키징을 한다거나 이전과 다른 배송 프로세스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해 지연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에스에스지닷컴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가운데 서쪽을 담당하는 김포 물류센터가 7월1일부터 배송을 시작했는데, 서비스 안정화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날씨가 폭염이다 보니 상자에 결로 현상이 발생해 일부 문제가 있었다. 빠른 속도로 정상화 중”이라고 해명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윤석열 124일 만에 재구속…법원 “증거인멸 우려”
- 강선우 후보자 ‘보좌관 갑질’ 의혹…“집 변기 문제 생기자, 살펴보라”
- 구속심사 마친 윤석열, 주머니에 손 찔러 넣은 채 구치소로 [포토]
- 증폭되는 이진숙 후보자 의혹에 여당서도 “낙마 여부 판단해야”
- ‘전재산 5만원’ 꺼낸 14살…“너무 더워 할머니 빨리 팔고 쉬시라고”
- 금강 상류 물놀이 20대 4명 심정지 상태로 발견
- 난폭해진 트럼프…반도체 등 대미 수출 절반 ‘고율 관세’ 위기
- 김건희, 60평 아크로비스타 놔두고…“좁아서 퇴원 뒤 코바나 사무실 생활”
- ‘김건희 집사’ 4월 도피성 출국...특검, 여권 무효화·수사 착수
- 불지옥 된 동물농장…가금류 21만마리, 돼지 1만6천마리 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