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AI구독 계급사회

2025. 7. 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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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묘지'도 구독한다.

전국 수십 개 사찰과 제휴를 맺어, 원하는 지역의 사찰에 유골을 안치하고 관리를 대행하는 구독 서비스다.

미국에서는 생수를 구독하듯이, 산소캔이 배달되는 공기 구독 서비스도 있다.

특히 AI 구독은 새로운 멤버십 계급사회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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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묘지'도 구독한다. 전국 수십 개 사찰과 제휴를 맺어, 원하는 지역의 사찰에 유골을 안치하고 관리를 대행하는 구독 서비스다. 유족이 이사 또는 전근할 때 앱으로 신청하면 원하는 사찰로 이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의 납골당이 파주에 있는데, 부산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납골당을 부산으로 옮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생수를 구독하듯이, 산소캔이 배달되는 공기 구독 서비스도 있다. 숨 쉬는 것에서 사후(死後)까지 구독화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구독경제 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는 구독경제 시장이 연평균 18% 성장해 올해 1조5000억달러(약 20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전망한 2028년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규모인 363억5810만달러의 40배가 넘는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지난해 매출 75%가 구독이다. 블룸버그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챗GPT 구독을 도입한 2023년 대비 올해 약 8배, 내년엔 18배 이상의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이 매출의 대부분도 구독료로 추정되는데,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챗GPT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런데 현재 'AI 구독경제 생태계 조성'이라는 핵심 과제에 대한 공론화나 정책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성형 AI는 현재까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없다. 카톡처럼 주변에서 다 쓰니 나도 카톡을 써야 하는 것이 네트워크 효과다. AI는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서비스가 등장하면 쉽게 옮길 수 있다. 그러나 구독은 소비자에게 '록인(lock-in)' 효과를 유발한다. 생성형 AI 기업들은 대부분 구독을 도입 중이다. 즉 소버린 AI를 만들더라도 상당수 국민이 이미 다른 AI를 구독하고 있다면 소버린 AI는 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와 기업은 AI 구독 멤버십 생태계를 선행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특히 AI 구독은 새로운 멤버십 계급사회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한의학회지(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계층을 1분위(최저)부터 5분위(최고)로 구분했을 때, 2020년 5분위의 건강 수명은 1분위보다 8.66년 길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AI 주치의를 통해 건강 수명이 20년가량 연장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부자는 9년, AI 주치의 구독자는 20년을 더 건강하게 사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구독화에 따른 구독료 인상의 심화는 소비의 초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경제적 약자들은 구독화된 필수 서비스와 제품으로부터 소외되거나, 매달 월세처럼 지불하는 구독 비용 탓에 빈곤의 늪으로 더욱 빠져들 수 있다. AI 구독경제에서 배제된 이들은 삶에서 반드시 누려야 할 경험조차 얻지 못한 채, 물리적·문화적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AI 구독 멤버십 계급사회'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는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에도 닥칠 일이다.

구독 멤버십 및 AI 구독 생태계 전략을 갖추지 못한 우리 기업들은 머지않아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불황과 불평등을 강제 구독하게 될 것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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