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소비쿠폰을 바라보는 학문적 시각은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2025. 7. 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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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국가는 항상 저소득층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에 대한 고민을 줄곧 해왔다. 특히 국가의 경우에는 식비뿐만 아니라 거주비, 의료보건비, 교육비 등에 대한 지원 방식도 고민해서 예산 낭비를 막을 방법이나 지원 대상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방법 등을 판단해야만 한다. 이에 국가는 일찍부터 식비 지원과 같은 보조금 제도에 대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왔다.

일반적으로 보조금 제도는 현금보조, 현물보조, 가격보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현금보조는 말 그대로 돈으로 지급하는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 중에는 직원의 월급에 점심값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물보조는 현금이 아니라 지원하고자 하는 재화나 서비스 그 자체로 보조해주는 방법이다. 노숙자에게 음식과 숙소를 제공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현물보조에 해당하며,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식료품 교환권이나 직장인들에게 제공되는 식권 등도 해당 현물을 이용하는 또 다른 방편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현물보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금보조와 현물보조 중 당연히 현금보조를 더 선호한다. 현금으로 받을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는 기초적인 생계 지원을 목적으로 현금을 지급했지만, 자신이 원하면 유흥비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물로 받을 경우에는 해당 현물 형태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층 중에는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들에게 현금을 제공할 경우 술이나 마약을 사는 데 보조금이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물로 줄 경우 보조금이 바람직하지 않은 데 사용되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원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현물보조가 자신의 당초 의도를 실현하기에 더욱 더 용이한 방식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처럼 현물보조가 현금보조에 비해 당초 기대한 목표를 실현하기에 용이한 상황임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지원해준 현물을 처분하여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노숙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확인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100만 명 이상의 노숙자가 있어 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급식소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노숙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들도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하고자 식권을 나눠준 적이 있다. 일반 음식점에 식권을 제출하면 얼마든지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해준 것이다. 실제로 1998년 미국 정부가 연간 240억 달러를 투여해 950만 가구에 빈민구제용 식권을 나눠주자, 많은 사람이 이러한 빈민구조용 식권을 싼 값에 처분하고 마약이나 술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현물을 현금으로 바꾼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국은 다시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식권카드제가 그것이다. 식권카드제는 보조금 지급 대상자들에게 카드를 나누어주고, 이들이 음식점에서 실제로 음식을 구매할 때만 지급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이다. 즉, 다른 용도로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도록 장치를 해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해당 보조금 제도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유도했다.

그렇다면 이제 현물보조는 현금보조에 비해 항상 우월한 제도인가? 그렇지 않다. 위의 사례와 같이 현물보조가 내포하고 있는 본연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보다 세련된 방법들이 제시되었다고 해서, 현금보조에 비해 우월한 방법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현물보조는 현금보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보조금과 관련돼서는 여러 방식들이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번 소비 쿠폰 역시 이전 방식보다는 보다 직접적으로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을 위해 보완되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 어떤 발전된 형태의 보조금 제도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