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폭염에 발길 ‘뚝’…전통시장 상인 울상

박건우 기자 2025. 7. 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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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식히려 선풍기·얼음물 의존
쿨링포그 체감 효과 적어 불만 토로
찾는 손님 뜸해 채소 폐기 ‘부지기수’
9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상인들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 /박건우 기자

"폭염으로 힘든데 손님까지 없으니 더 걱정이네요."

폭염특보가 이어진 9일 오전 9시 광주 서구 양동시장. 35도 안팎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손님맞이 준비로 움직이던 상인들의 얼굴에는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상인들은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잊어보려 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상인 5명이 한 가게에서 선풍기 1대에 몸을 맡기고 있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생선가게도 사정은 비슷했다. 손님보다는 얼음 덩어리에서 녹은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시간이 지나자 시장 내부는 더욱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곳곳에는 여름철 더위를 시켜주는 냉방기기인 쿨링포그가 작동하고 있지만, 상인들의 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일부 노후화된 쿨링포그는 돌아가지 않고 먼지만 쌓여 있었다.

채소가게 사장 성명자(60)씨는 "매년 여름철 이 맘때가 가장 장사가 안 되는 것 같다. 불경기에 가뜩이나 장사가 어려운데 폭염까지 심해지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 발길도 뚝 떨어졌다"며 "판매하지 못한 채소들을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남연귀(61)씨는 "무더위가 심해지는 날은 매출이 3분의 2정도는 감소하는 것 같다"며 "더위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냉방을 위해 설치된 쿨링포그는 상인들의 더위를 막기에는 효과가 미미하다. 지자체에서도 전통시장 열기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9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상인들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 /박건우 기자

인근에 위치한 북구 말바우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과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찌는 듯한 더위에 좌판에 진열된 과일들이 판매가 되지 않자 울상을 짓기도 했다. 손님이 없으니 상인들도 맥이 풀린 듯 힘든 모습을 보였다.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폭염까지 찾아와 손님이 뚝 끊기자 일부 가게는 아예 여름 휴가철에 맞춰 가게 문을 닫고 피서를 떠난 곳도 더러 있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가게 앞 아스팔트 도로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는가 하면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일부 상인들은 선풍기에 의지해 잠시 쪽잠을 청했다.

폭염 탓에 미처 팔지 못한 생선을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며, 손님이 없는 날에는 얼음 값도 건지지 못 한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생선가게 주인 이모(58)씨는 "무더운 날씨에 생선을 신선하게 관리하기 위해 얼음을 갈아주는데 얼음 값조차 못 벌어 걱정이다"며 "하루에 생선 2~3박스 판매 하는 것도 힘들다. 얼른 더위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일을 판매하는 조미화(61)씨는 "말바우 시장에는 여름철 더위를 시켜주는 장치조차 설치가 돼 있지 않다"며 "선풍기로 더위를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땀이 바가지로 흐른다"고 털어놨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폭염 특보가 내렸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35도를 기록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
 

9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 설치되어 있는 쿨링포그가 멈춰 있는 모습. /박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