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주차장에 장애인 자리만 '텅텅'…부상자가 쓰면 어떨까? ['절제'의 미학, '착한' 규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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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주차 자리가 없어 수십 대 차량이 주차장 안을 빙빙 돌고 있는데 장애인 주차 자리는 텅텅 비어 있는 경우, 한 번쯤은 겪어봤을 흔한 풍경입니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상황인데 사고로 다리가 부러지는 등 장애인 못지않게 아픈 상태라면 어떨까요?
장애인 주차 구역은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 맞지만, 어찌 보면 일시적인 장애인인 이런 경우에 한해 주차를 허용하는 운용의 미를 발휘할 여지는 없는 걸까요?
정부 곳곳에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장애인 주차장에 대해 다양하게 활용하자는 국민 제안이 넘쳐납니다. 골절 등 부상으로 장애인과 비슷한 수준의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해당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옵니다.

거동이 불편하다는 일정 진단을 받은 경우 임시 허가증을 줘서 장애인 주차 구역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해외에는 비슷한 사례가 여럿 있습니다. 미국 뉴욕이나 일본, 호주 등에서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특히 뉴욕은 골절뿐 아니라 수술 후 회복이나 임신 합병증 등에도 같은 임시 주차 권한을 발급해 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댈 수 있는 경우는 앞유리에 '장애인 주차 표지'가 붙어 있고 이에 해당하는 장애인 본인이 동승하고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표지는 장애의 정도가 보행에 현저한 제한이 있거나, 혹은 보행 중 지속적인 보호 관찰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주어집니다. 장애의 종류 그 자체보다는 정신적 장애라도 그로 인해 '보행상'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에게 표지가 발급되는 겁니다.
이 취지대로라면, 일시적으로라도 '보행에 현저한 제한'을 겪고 있다면 같은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복지부 '난색'…지금도 부족?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취지도 있고, 해외에서도 허가하고 있는데 제도화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측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일시적 허가를 시행할 경우 그 기준을 두고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병원 진단 상 보행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나 임산부, 범위를 더 넓히면 다자녀 가구도 해당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입니다.
장애인단체 역시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일반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장애인 입장에서는 주차공간 부족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휠체어 탄 장애인 등을 위한 것인데 비장애인들도 다수 이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디테일'…"유연한 해법 충분"
전문가들은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해당 규제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해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과거 정부에서 규제 개혁을 담당했던 이기영 좋은규제시민포럼 지방규제위원장은 "사람이나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안 된다는 것보다는 정부가 현장 답사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정밀하고 유연한 해법을 고민하는 게 할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기준으로 임시 허가를 발급할지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결정된 이후라면 행정인력이 크게 필요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봤습니다.

근본적으로 가장 좋은 길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원할 때 원하는 곳에 주차할 수 있도록 공간이 넉넉한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나누는 게 효과적일지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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