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촌 고령 농민, 폭염 속 생명 위협…온열질환 사각지대 놓여
75세 이상 고위험군 별도 관리·그늘막 설치 등 맞춤형 대책 필요성 커져

논밭과 비닐하우스 등 실외 작업장에서 고령 농민들이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목숨까지 잃고 있는 상황이다.
농작업 도중 쓰러지는 고령 농민의 사례는 통계로 집계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실제 피해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은 8일 현재 전국에서 가장 높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고령화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고 농업 종사자 비율도 높아 온열질환에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후 지난해까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238명이다. 남성이 145명, 여성 93명이었다.
최악의 폭염이 나타났던 2018년에만 48명이 숨지고 2023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32명, 34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전체의 약 3분의 2(65.5%)인 156명이 60세 이상이었다.
발생 장소는 논밭이 76명(31.9%)으로 가장 많고 집(14.7%), 길가(13.9%) 순으로 뒤를 이었다.
올여름에도 전날까지 7명의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나왔다.
남성이 5명, 여성이 2명이며, 80대가 3명, 50대가 2명, 70대와 40대가 1명씩이다. 7명 중 4명이 노인이었다.
경북은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13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이 중 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도 29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5명은 사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촌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안동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66세 류모씨는 "더위가 심해도 제때 일을 안 하면 작물이 망가진다"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아예 밭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 중인 무더위 쉼터와 시범 운행 예정인 이동형 냉방버스 등은 논밭 한가운데서 홀로 작업하는 농민들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경북 농촌지역 고령 농업인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7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을 고위험군으로 별도 관리해 하루 1회 이상 안부 전화나 방문 체크를 실시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또 마을 이장단을 통한 작업 자제 권고 방송, 휴식 시간 알림 서비스, 논밭 인접 간이 그늘막 쉼터 설치 등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1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가동하고 있다. 농업종사자를 위해 오후 12시~5시 마을순찰대를 활용해 농작업 자제를 권장하고 소방차를 활용한 예방 순찰 및 홍보 방송을 확대하는 동시에 노년층 보호를 위해 경로당 행복선생님 여가 프로그램 운영과 미참석 어르신 안부를 확인하는'선생님 주의보'를 가동해 폭염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