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기호일보 2025. 7. 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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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한 권을 호로록 읽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책 한 권을 다 읽다니.

이후 동네에 불륜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그로 인해 고통받는 주인공들의 엇갈린 관계와 죄책감, 사랑을 다뤘다.

이는 둘의 죽음에 해솔이 죄책감을 갖게 된 계기이자 사랑하는 자식을 살려야 한다는 부모의 결심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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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수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유은수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한 권을 호로록 읽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책 한 권을 다 읽다니. 도서관 근무의 좋은 점은 책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급류」라는 제목의 책이다. 그저 표지가 예뻐 읽고 싶었는데 사랑 이야기에 큰 흥미가 없는 필자로서는 지난해부터 생각만 하고 있던 참이었다.

주인공 해솔과 도담은 풋풋한 사랑을 이어 가고 해솔의 어머니 미영과 도담의 아버지 창석은 불륜 관계에 빠진다. 폭포 아래에서 밀회를 즐기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해솔과 도담의 실수로 미영이 물속에서 발을 헛디디고 미영과 창석은 목숨을 잃는다. 이후 동네에 불륜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그로 인해 고통받는 주인공들의 엇갈린 관계와 죄책감, 사랑을 다뤘다.

처음엔 가독성 좋은 인터넷 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감정선이 워낙 섬세해 내 정신도 피폐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내용을 곱씹다 보니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치부되기에는 깊고 복잡한 속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부모가 자식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깊은 상실과 절망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너 소용돌이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 줄 알아? 수면 위로 나오려 하지 말고, 숨 참고 바닥까지 가라앉아 빠져나와야 돼." 이 대사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자아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곤 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렸으리라 짐작한다.

부모의 사랑은 도담이 평온한 중성 부력 속에서 살아가면 좋겠다던 창석의 말과 더불어 급류에 휩쓸려가던 중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해솔의 힘만으로 모두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창석과 미영은 해솔의 손을 놓아 준다. 이는 둘의 죽음에 해솔이 죄책감을 갖게 된 계기이자 사랑하는 자식을 살려야 한다는 부모의 결심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불륜을 들키며 밀려든 죄책감을 피하고자 그렇게 가 버린 것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누군가의 부도덕적인 면과 도덕적인 면, 모성애와 부성애, 죄책감과 사랑이 얽힌 복잡한 감정들이 이어졌다.

"확실하지 않은 말들이 돌았다. 오락거리가 없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안줏거리였다. 사람들은 그들이 기대한 만큼 비극을 겪은 사람이 충분히 망가지지 않으면 일부러 망가뜨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 아팠던 구절이다. 

누군가의 불행이 타인의 안줏거리가 되는 현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가해지는 폭력. 그런 가운데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둘은 떨어져 지내는 동안 각자의 연인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다시 만난 해솔과 도담이 좋게 보였을 리는 없다. 둘의 급류에 주변인들이 쓸려 들어간 셈이다. 등장인물 각각의 시점이 몰입감을 더했다.

소방관이 된 해솔은 말한다. "사고 현장을 보다 보면 세상엔 신도 없고, 인과응보 같은 건 없는 것 같아. 아무도 바라지 않은 일이었고 그냥 뜻밖의 사고였다는 걸 받아들여야 해." 정말 그렇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 때 이따금씩 우리는 "이렇게 했으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며 스스로를 탓하거나 과거에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해솔과 도담은 같은 상처를 가졌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법과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 달랐다. 마지막에서야 이들은 피하기만 하던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급류를 헤쳐 나가는 방법을 깨닫는다. 성장의 완성이었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포용에 다다를 수 있었을까?

필자는 이 글의 마지막을 한 드라마의 대사로 마무리하고 싶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을 인정하는 평정심, 변화시킬 수 있다면 바꾸는 용기 그리고 그 차이를 아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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