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미단시티 비단길 언제 걷나
▲ 국제학교, 유령도시 벗어날 지렛대 될까

'영종국제도시 최초의 국제학교 설립은 새로운 앵커 시설로 투자유치 활성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3월 31일 인천시가 중구 운북동 미단시티 외국학교법인 국제공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영국 명문 사립학교 '위컴 애비(Wycombe Abbey)'를 선정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위컴 애비'의 설립으로 장기 표류하고 있는 미단시티 개발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기업 투자를 끌어내고, 관광객이 방문하는 살고 싶은 도시로 미단시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제학교가 들어설 자리는 미단시티 내 여태 팔리지 않은 교육시설용지 3필지(9만6093㎡)다. 땅 주인은 인천도시공사(iH)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1500억 원을 들여 학교 건물을 세워 '위컴 애비'에 5년간 무상 임대한다. 위컴 애비 측도 초기 비용으로 25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2028년 개교를 목표로 하는 이 학교의 학생 수는 대략 2000명 선이다. 지역인재는 초기 20%, 나중에 30%까지 넓일 계획이다. 교원 수는 200명 이상이다. 국제교사가 70%, 현지 교사 30%이다. 학비는 3000만~4000만원 수준이다.
▲ 비욘드 홍콩, 20년 가까이 잠잠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iH가 국제학교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가 있다.
이름까지 개명(운북복합레저관광단지→미단시티→골든테라시티(?))하며 '비욘드 홍콩(Beyond HongKong)'을 외쳤지만,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유령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7월 1일 오후 2시 중구 운북동 미단중앙로 24층(전체 27층)까지 골조가 올라가다 멈춘 어마어마한 건물이 흉물스럽다. 건물 외부 벽에는 '유치권 행사'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건물 유리창은 박살 났고, 그 잔해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2020년 2월 11일부터 건설공사가 중단된 RFKR 복합리조트이다. 시공사인 티안리코리아 컨스트럭션이 하도급사인 쌍용건설에 공사비 200여 억을 못 주자 쌍용건설이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전체 공정률이 24.5%인 상태였다.
중국 광저우 푸리부동산그룹과 미국 카지노호텔 그룹 시저스엔터테인먼트(CZR)가 50%씩 총 7억3500만 달러(약 9000억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으로 2017년 9월 3만8365㎡의 터에 첫 삽을 뜬 건물이다. 이 건물은 특급호텔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컨벤션 공연장, 스파·수영장 등으로 꾸밀 요량이었다.
RFKR 복합리조트 건너편 '미단행운로' 앞 10여 층 2개 동이 상가 위에 지어진 멀쩡한 복합 건물 벽에 역시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붙어있다. 소유주인 KB부동산신탁과 대주단 대표 서울 축산 새마을금고 측이 '무단침입'을 경고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4차로 도로 한쪽은 대형 관광버스와 화물차의 주차장으로 쓰이고, 정류장 표지판은 녹슬어 벌겋게 변했다. 이따금 드문드문 나타나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가 반가울 지경이다. 이렇듯 텅 빈 미단시티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운전 연습의 적지'로 꼽힌다.
▲ 흑역사 부른 카지노 복합리조트

미단시티(271만3186㎡)의 흑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2007년 3월 iH는 운북복합레저단지 개발을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도네시아 최대 화상(華商) 리포(Lippo) 그룹과 합작해 특수목적법인(SPC) 리포인천개발㈜(미단시티개발㈜의 전신)을 설립한다. 자본금 718억원이었다. 리포 38.54%, 도시공사 26.95%, GS건설 등 건설사 23.53%, 교보증권 등 금융권 7.6%, KOAM 3.38% 등의 지분 구조였다. 국제공모를 통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인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 최초의 개발사업이었다.
총 6조원가량을 투자해 전체 터 중 도로와 공원을 뺀 개발 가능 용지 106만㎡를 미단시티개발㈜이 카지노리조트 중심의 복합도시로 개발하고, 나머지 개발 용지 87만㎡를 도시공사가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발 효과로 생산 유발 7조5천882억 원, 소득 유발 1조5천억 원, 고용 유발 8만3천 명이었다.

2007년 6월 iH와 미단시티개발은 106만㎡를 6694억원에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iH는 2008년 9월 미단시티 조성공사에 들어가 2011년 12월 1단계 조성공사를 마쳤다.
미단시티개발은 투자를 끌어내지 못해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iH가 지급보증을 했다. 지급보증 규모는 처음 5400억 원이었다가 땅값 일부 상환으로 3372억원으로 줄었다.
미단시티개발이 판 땅은 37만㎡에 불과했다. 24층 골조를 올리고 중단된 RFKR 복합리조트 터(전체 8만9171㎡· 매매가 1100억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투자자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은 국내 1호 카지노 복합레저단지 사업자였다. 5성급 호텔 등 숙박시설 760실과 카지노를 비롯해 연회장·극장·상업·스파 헬스 등을 갖춘 포디움과 컨벤션을 조성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본격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완공도 하기 전 2016년 3월 리포그룹은 지분을 팔고 철수했다. 대체 투자자로 그해 6월 중국 광저우 푸리부동산(R&F)그룹이 나섰다.
iH는 미단시티개발㈜의 1대 주주인 리포그룹이 빠지자 토지 18만㎡를 1천440억 원에 매입해 미단시티개발의 대출금 1400억 원을 갚도록 했다. 나머지 차입금 3372억 원은 만기를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신용공여를 하고 사업 전면에 나섰다.
▲ 제 3륙교·종합병원·유명작가 체험 특수시설물…회생줄

2017년 9월 iH는 미단시티개발㈜과 결별을 선언했다.
미단시티개발㈜는 자본금 893억원을 모두 소진했고, 부채가 7450억원에 달했다. 10년간 이자비용으로 2000억원을 썼고, 운영비로 1300억원을 지출했다. iH의 지급보증이 끊기자 미단시티개발㈜는 부도가 났다. iH는 미단시티개발㈜의 빚 3372억원을 대신 갚았다.
iH는 토지공급 계약 자동 해지로 미단시티개발㈜에 넘겼던 토지 106만㎡ 중 미단시티개발(주)이 매각한 37만㎡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 69만㎡를 회수했다.
2020년에는 RFKR 복합리조트 공동투자인 시저스마저 사업을 포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3월 18일 복합리조트 사업자 RFKR(중국 푸리그룹 한국법인)이 신청한 사업기간 연장 신청(2023년 12월)을 최종 불승인했다. RFKR는 카지노 예비허가권까지 완전히 잃었다.
iH는 미단시티에 대해 새판을 짜야 한다.

내년 6월이며 미단시티 조성공사가 모두 끝난다. 6월 30일 현재 전체 매각 가능 용지 147만5559㎡(418필지) 중 55.5%인 81만8426㎡(381필지)가 팔렸다. 44.5%인 65만7133㎡(37필지)는 아직 주인을 못 찾고 있다.
미매각 용지는 유보지(13만3138㎡)·숙박시설용지(12만9159㎡)·위락시설용지(9만1038㎡)·중심상업용지(7만7443㎡)·병원용지(3만9712㎡) 등 덩어리가 큰 땅이다.
iH는 올해 연말 개통 예정인 제3연륙교가 미단시티 개발의 촉매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3연륙교에 설치되는 자전거도로를 영종 순환도로와 연계해 미단시티의 해안가에 자전거와 보행자가 걷고 싶은 데크와 휴식공간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특색있는 랜드마크 조성을 위해 국제공모를 통해 국내외 유명작가의 체험형 특수시설물도 계획하고 있다.
미단시티 당초 계획인구 1만4198명을 늘리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2만50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매각 유보지와 상업용지 중 일부를 주거용지로 변경해 상주인구를 늘린다는 복안이다.
iH는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종합병원 유치에 주목하고 있다. 땅 제공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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