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쫓아오고 美 밀어붙인다”…K-반도체, 5년 내 공급역량 승부수
반도체 수요, 모바일에서 AI·데이터센터로 이동
전문가 “반도체 특별법 통과 시급”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빠르게 오르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중심의 반도체 수요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어 적기 공급 역량 확보를 위한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이 9일 발표한 ‘반도체 글로벌 지형 변화 전망과 정책 시사점’에 따르면 레거시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과거 디스플레이 산업 붕괴 당시와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연은 낸드(NAND) 분야의 글로벌 5강 과점 체제는 이미 붕괴됐다고 평가했다. 2021년 세계 시장 점유율이 2.7%에 불과했던 중국의 양쯔메모리(YMTC)는 지난해 9%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160%에 달하며, 이 추세대로라면 미국의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차지한 4~5위 자리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2022~2024년 기간 중국 집성전로기금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적 파운드리 기업 중신궈지(SMIC)의 매출 대비 시설투자액 비율은 98%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20~40% 수준에 머물러있는 실정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선제적 대규모 시설 투자와 이익회수 후 재투자라는 우리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또한 한국 반도체 산업에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 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은 지난 4일 미 의회를 통과했다. 법안에 따라 연간 20조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지출하는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적격 R&D 지출에 대해 100% 즉시 비용 처리를 영구적으로 적용받게 된다. 장비, 기계, 소프트웨어(SW) 등 시설투자 비용도 당해 과세연도에 전액 비용 처리할 수 있으며, 이 역시 영구화된다. 비록 5년의 한정 기간이 설정됐지만, 신규 제조시설의 건물·공장 투자액까지 100% 비용 처리 대상에 포함된다.
산업연은 OBBBA가 지난 4일 통과되면서, 인텔과 마이크론의 비용 구조가 급격히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경희권 산업연 연구위원은 “인텔의 2022~2024년 기간 연구개발 지출 총액은 거의 700억달러(96조원)로, 반도체지원법 투자세액공제와 직접보조금 외에 거액의 별도 세액공제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은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모바일에서 AI와 데이터센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향후 5년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700조원에서 최대 3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요 기관들에서 제기됐다. 여기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5·4나노 매출과 웨이퍼 단가 추정치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빅테크와 팹리스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초과수요 국면 진입 가능성에 대해 경 연구위원은 “오랜 시간 수주의 구조적 불리함 속에 고군분투해 왔던 우리 반도체 위탁개발생산에 짧지만 강력한 기회의 창이 열린 상황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연은 향후 5년이 적기 공급 역량 확충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기라며, 메모리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 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경 연구위원은 “초과 수요로 인한 기회의 창은 길지 않다”며“적기 공급 역량 확충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합의안 도출과 통과, 그리고 토지‧전력‧용수 등 인프라 적시 공급 체계 확립이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윈원도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을 적극 활용하고, 신정부의 AI 정책자금 역시 우리 인공지능 반도체와 양산 주력 기업에 조달 정책 형태로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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