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이 발생하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이 남자의 직업 [강홍민의 굿잡]

2025. 7. 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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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 및 지반 전문가 정운희 HS엔지니어링 이사

수많은 건물들이 즐비해 있는 도심 속을 거닐다 보면 문득 이 건물의 시작이 궁금해진다. 저층부터 고층까지 높낮이도 다른 각각의 건물들은 사실 땅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채의 건물을 짓기 위해 깊은 땅 속을 파내 구조를 분석하고 안전을 진단하는 그들을 우리는 ‘지질 및 지반 조사 전문가’라 부른다.

이른바 ‘싱크홀’이라 불리는 땅꺼짐 현상이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이들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건설의 기초이자 도시의 보이지 않는 안전망을 책임지는 ‘안전 보안관’ 정운희 지질 및 지반 전문가(에이치에스엔지니어링 이사)를 만나 땅 속 세계를 들어봤다.

지질 및 지반 전문가 정운희 에이치에스엔지니어링 이사



토목 및 지반 등 땅과 관련된 조사는 모두 하시나요.
“저희는 포괄적으로 말씀드리면 토목 설계, 지반조사 그리고 지하수 관련 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토목 조사는 건축물의 뼈대를 설계하는 작업인데, 건물 한 채가 높이 서기 위해 어디까지 기초를 잡아줘야 안전할 지를 판단해주는 거죠. GPR 탐사를 포함해 시추 조사, 전기 비정 탐사나 탄성파 탐사 등 비파괴 시험을 함께 진행합니다.”

최근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되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지반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우선 지층에 따라 구분되는데요. 지층을 구성하는 요소는 우리가 발을 딛는 땅 그리고 땅 밑을 구성하고 있는 흙이나 암반을 통칭해 지반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지층은 토사, 퇴적층, 풍화암, 연암, 경암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연암과 경암이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암반들입니다. 공사 전에 어디까지 땅을 파야 하는지, 건물은 어디까지 올릴 수 있는지를 땅을 파는 지반조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죠.

같은 동네더라도 몇 미터 거리 차이에 지반 구조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죠. 땅을 우리 몸에 비유할 때, 지반 조사는 건강검진이라는 비유가 정확합니다. 사람의 몸도 장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로 드러나지 않잖아요. 지반 조사도 마찬가지로 땅 외부로 표현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저주파, 고주파 장비를 지면에 찍어서 문제점을 발견합니다. 위내시경, 대장 내시경처럼 땅속을 검사하는 거죠.”

도심가에서 건물이나 집을 지을 때, 꼭 확인해야 하는 특정 지점들이 있나요.
“해당 범위의 면적당 진행해야 하는 시추 조사 개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2018년에 개정된 ‘지하 안전 특별법’에는 1개의 시추 조사당 반경 25m로 지정되어 있어요. 25m를 벗어나면 또 하나의 시추 조사를 진행해야 하죠. 도로공사나 터널같이 작업 면적이 긴 경우는 100m당 하나의 시추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싱크홀은 100% 예측이 불가능한 부분···상하수도관 노후로 인해 생기는 급격한 지반침하는 사전 판단에 한계 존재”

싱크홀이 발생하는 이유는 뭔가요.
“보통 싱크홀(지반침하)가 땅이 약해서 생긴다고 생각하실 텐데, 공사 현장에서 흙막이 벽체가 무너지고 토사가 쏠려 나오는 건 대부분 지하수의 저하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래서 안정성 검토를 위해 지하수 검사는 무조건 필수입니다. 굴착으로 인해 텅 빈 땅은 압력이 적어지기 때문에 수압으로 인해 지하수가 쏟아져 나오게 돼요. 이걸 막기 위한 설계가 토목 설계이고, 이 설계가 부족하면 토사를 못 막기 때문에 인근 지반이 침하가 되는 겁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싱크홀 현상이고요.”

얼마 전 발생한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도 비슷한 경우인가요.
“강동구 사고의 경우, 서울 지하철 9호선 지하철 시공 현장이 근처에 있던 점과 상수도관 노후로 인한 파손이 함께 복합적으로 발생한 경우입니다. 최근에 발생한 명일동과 양양, 부산의 싱크홀 사고도 다 흙막이 벽체가 부서지면서 공사 현장에서 토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에요. 옆에 있는 지반들의 토사도 함께 쏠려 나오다 보니 편의점 앞부분까지 다 지반침하가 발생한 것이죠.”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해 현장이 통제되고 있는 모습(뉴스1)



최근 일어난 싱크홀 사고들은 예측할 수 없었나요.
“가능하지만 100%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설계부터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설계 당시보다 토사 압력이 과도하게 발생했을 수도 있어요. 지금 땅 밑에 하수관, 상수관, 전기관이 다 배설되어 있잖아요. 물이 많이 흘러가는 상수관, 하수관의 경우는 상시로 물이 흐르죠. 이 관 자체가 노후화되거나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가라앉을 수밖에 없어요. 이 경우가 ‘급격한 지반침하’입니다. 천천히 진행되는 지반침하는 계측기의 수치를 보고 판단이 가능해요.”

현재 발생한 사건들 모두 노후화한 상수도관을 원인으로 꼽고 있는데, 상수도관을 순차적으로 전부 교체하면 싱크홀을 줄이거나 막을 수 있겠네요.
“부분 교체는 가능하지만, 전체 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상수도 시공은 한 번에 한 개 라인을 같이 시공하는데, 아마 보급되는 지역의 상수도관은 거의 동일한 시기에 매설됐을 거예요. 그러면 교체도 전 구간을 다 갈아야 합니다. 그럼 교체하는 동안은 상수도 보급도 함께 불가능해지죠. 주로 차도에 상수도관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차량 통제도 이뤄져야 하고요. 지금처럼 부분 교체로 진행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최선입니다.”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10m, 20m의 짧은 구간을 교체한다고 해도 한 달 이상은 걸립니다. 상수도관 교체는 무턱대고 바로 진행할 수 없어요. 교체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인근 주민들이 물을 사용하지 못하기에 새벽에만 이뤄지거나, 물 사용 불가능 기간을 동네 상황과 일정을 조율해야 하거든요. 실질적으로 착공해서 공사에 들어가는 기간은 하루 이틀을 못 넘겨요. 용접이 필요한 상황도 있을 수 있기에 비가 오거나 날씨 상황이 안 좋아도 멈춰야 합니다.”

 

 “지반 조사 – 시추 조사 – 영향 범위 분석 – 보고서 검토 의뢰, 까다로운 절차보다 직접적인 대응 가능한 전문 기관이 필요해”

주로 맡는 업무의 순서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지하 안전 평가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그 지역에 대한 지반 조사를 진행합니다. 시추 조사를 통해 지층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지하수가 어디쯤 있는지 등을 파악하죠. 그다음엔 여러 실험을 거치고 자료를 바탕으로 가(假)설계를 합니다. 설계를 토대로 인근 지역에 어떤 영향이 생길지도 살펴보죠, 건축 부지의 두 배 정도를 ‘굴착 영향 범위’로 설정해 침하나 압력 등이 발생할지도 분석하고요.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보고서로 만들어 국토관리청(서울국토청이나 지방국토청)에 검토를 의뢰합니다. 이후에 적합 판정이 나거나, 보완 요청을 받게 되죠.”

검토 사항에 들어가는 항목은 무엇이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안전성과 지하수 수위 변화 등이 포함돼요. 프로그램을 통해 수치로 ‘안전율’이 나오는데, 이게 기준보다 낮아야 통과하거든요. 만약 수치가 초과하면, 어떻게 보강하겠다는 대책도 같이 제시해야 하죠. 시공 중에도 수치를 계속 모니터링해 보고해야 하고요. 아무래도 안전과 직접 연결되는 일이다 보니, 모든 절차에 허가가 꼭 필요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도 싱크홀 위험 지역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사실인가요.
“사실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상하수도관은 계속 노후가 되고 있고 서울에는 많은 지하 공간들이 존재하거든요. 아무리 안전성을 확보해 지하 공간을 짓는다 해도 건물이 노후화되는 건 기정사실이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죠. 지속적인 관찰이 100% 방지는 어렵지만 크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막기 위한 기초가 사전점검인 거군요.
“그렇죠. 사전점검과 지속 관찰을 ‘사후모니터링’이라고 부르는데, 이 사후모니터링이 꾸준히 이뤄져야 합니다. 이 개념 자체도 최근에 도입되었어요. ‘지어놓고 끝’이 아니라 지속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제 사후모니터링 쪽으로 과업이 몰리는 추세예요.”

현장에서의 복구 작업은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의뢰해야 가능할 텐데, 상호 협조가 잘 이뤄져야 하겠군요.
“보통 싱크홀 발생 민원이 해당 시군구로 접수가 되면 담당 공무원이 저희같은 해당 업체에 발주를 내려줍니다. 만약 그 시기에 해당 지자체에서 관련 과업이 진행되고 있으면 자연스레 전문업체에 추가 요청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엔 업체 선정 절차가 까다로워지죠.”

세금으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보니 보고와 집행 절차가 복잡하다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범죄가 일어나면 112, 화재가 발생하면 119를 부르잖아요. 지반침하가 발생하면 어디에 전화할 곳이 없어요. 지반침하가 발생하면 도로 통제와 소방서, 경찰, 지반 조사 업체가 다 투입되어야 하기에 절차가 복잡합니다. 지반침하만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기관이나 업체가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대응이 편리해지겠죠.”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네요.
“그렇죠. 어쨌든 지반침하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문제가 접수되면 첫 번째로 지자체 공무원이 확인하는데 그분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응이 어려운 게 현실이죠.”

 

 “한 달 중 보름은 현장에, 전공자도 귀한 지반 조사 분야···사람들이 저를 더 안 찾아주시면 좋겠어요.”

이 일을 하려면 전공이 중요하겠군요.
“대학에서 전공을 해야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구조예요. 참고로 전 지질공학 전공인데요. 지질에는 암석, 지반, 지하수 그리고 GPR 탐사와 같이 물리 탐사 분야로 나뉩니다.”

전공 외에도 지질 지반 전문가가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질 지반을 조사하는 관련 프로그램(GTX NX / Visual MODFLOW)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을 대학이나 학원에서 가르쳐 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현장 유경험자만이 프로그램을 다뤄 본 경험이 있어 현장에서는 경력직을 우선 채용하고 있어요.”

관련 자격증은 필요한가요.
“현업에서 성장하려면 자격증도 매우 중요합니다. 전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토질·지질(중급) 기사 자격증을 보유 중인데, 협회 가입은 국가 공식 자격시험인 건설기술인 자격증이 있어야 가능해요. 협회 가입 이후 건설기술인 역량 지수를 확보해 토질·지질 기사 자격증에 해당하는 등급(초급, 중급, 고급, 특급)을 취득할 수 있어요. 현재 기술사 등급을 준비 중인데, 기사와 다르게 기술사는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요. 기사 자격증이 있거나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기술사 응시가 가능합니다. 시험 문제가 서술 형식이라 아무래도 현장 경험이 많은 분들이 유리하죠. 최대 10년까지 공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요즘 싱크홀 현상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현장에서 전문가를 찾는 수요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안되는 게 현실이죠. 이 업계에 종사하려는 청년들이 많이 없는 상황입니다. 요즘 같이 곳곳에 사고가 발생하는 걸 보면 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해 보입니다.”

근무조건이나 연봉은 어떤가요.
“현장업무와 사무실 내근 업무를 같이 해야 하는 직무라 장단점이 있어요. 연봉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청년들의 지원율이 낮은 이유가 연봉도 일정부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일 하면서 가장 보람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시민들의 원활한 생활을 도울 때가 가장 뿌듯해요. 최근 지하수 오염으로 인해 지하수 오염원을 추적하는 정부 과업을 진행 중인데, 이 일을 하다 보면 민원인들을 많이 만나거든요. 그분들의 고충을 듣다 보면 잘 좀 해달라며 수박을 내오시기도 하고, 음료수를 주시기도 해요. 사실 별 것 아니지만 뭔가 좋은 일을 한다는 느낌에 왠지 뿌듯해지는 느낌이에요.(웃음)”

앞으로 증가하는 노후화된 상하수도관 문제와 싱크홀 사전 조사로 업무가 늘어나지 않을까요.
“지반 조사는 말씀하신 대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지반 조사나 지하 탐사에 대한 정부 과업도 점점 증가하고 있고요. 다만, 이런 수요를 감당하려면 고가 장비들이 필수인데, 그게 큰 장벽입니다. GPR 차량형 탐사기는 한 대에 3억 5천, 핸디형은 8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이고, 땅을 뚫는 시추기는 단가가 억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이 대부분의 업무를 맡고 있어 신규 업체가 진입하긴 어려운 상황이죠. 게다가 용역비는 건당 6~7천만 원 수준이라 수익성도 높지 않아요. 수요는 있지만 공급 구조가 좁고 진입 장벽도 높은 게 현실입니다.”

창업이 쉽지 않은 분야군요.
“맞습니다. 창업한다고 해도 일이 많지 않아요.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민간에서 들어오는데, 그것도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설계사나 건축사를 통해 계약하게 돼요. 자연스레 건축사와 연결된 지반 조사 업체들이 자리를 잡게 되는 구조예요. 결국 영업은 건축사에게 해야 하는 구조라, 건축사와 연계로 묶여서 일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물론 국가에서 지반 조사만을 위한 과업이 나오기도 하지만, 단독 과업보다는 토목과 연관된 과업의 단가가 훨씬 높아요. 지반 조사만으로는 단가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인건비도 낮아지고, 전반적으로 업계가 많이 퇴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이 직업에 대한 평가가 좀 달라져야겠군요.
“지반 조사 업계에서는 ‘통일이 돼야 일감이 늘어난다’는 농담이 오갑니다. 한국은 땅이 좁다 보니 앞으로 현장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반면에 북한은 지질 정보가 거의 없으니, 통일이 되면 지반 조사 수요가 급증할 거라는 기대 섞인 말인데, 통일이 되기 전에도 지반 조사 사업 단가가 높아져 신입 전문가들이 더욱 많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서효주 대학생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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