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각? 건강이상?… 시황제 미스터리[Who, What, Why]

베이징 = 박세희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이 위태로우며 조만간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이른바 ‘시진핑 실각설’이 최근 세계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X 등 SNS를 통해 흘러나오다 대만, 일본 등 매체들이 정황을 구체화하면서 확산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줄 ‘사건’이다. 그렇다면, 현재 나오고 있는 ‘시진핑 실각설’은 얼마큼 신뢰성이 있는 얘기일까. 하나하나 뜯어봤다.
(1) 측근 인사들 축출·낙마 잇따라
(2) 習주석 언론보도 빈도 급격 감소
(3) 신설 정책기구 통한 원로 개입설
◇‘시진핑 실각설’ 주요 내용과 근거는 =우선 중국군 내부의 움직임부터 살펴봐야 한다. 시 주석 측근인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모습을 감추고, 먀오화(苗華) 중앙군사위원이 숙청되는 등 고위 인사들의 이상 징후가 소문의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시 주석 아래 장유샤(張又俠) 부주석과 권력을 나누던 허웨이둥이 낙마하자 장유샤의 권력이 급속도로 커져 시 주석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게 ‘시진핑 실각설’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 5월 열린 중국공산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원로들과 고위 간부, 퇴역 군 장성 등이 모여 시 주석의 퇴진을 논의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올 하반기에 개최될 중국공산당 제20기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시 주석은 총서기직에서 물러나고, 전임 전국정협 주석인 왕양(汪洋) 혹은 현임 전국정협 부주석인 후춘화(胡春華) 등이 그를 대신할 것이라는 게 소문의 내용이다. 이와 같은 시진핑 실각설은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고위 인사 처벌 및 교체가 빈번했던 것에서 기인한다. 허웨이둥, 먀오화를 비롯해 2023년 로켓군 전·현직 지도부에 대한 대규모 처벌, 2024년 친강(秦剛) 외교부장,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 낙마 등이 그것이다. 낙마한 이들 대부분이 시 주석이 직접 발탁한 시 주석의 측근인데 이들이 잇따라 낙마한 게 시 주석의 권력 약화를 상징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시 주석이 언론에 보도되는 수준이 이전에 비해 낮아진 점도 실각설 증거로 꼽힌다. 중국에서 체제 선전 도구로 활용하는 관영 언론이 시 주석을 거론하는 빈도가 줄었다는 것이다. 최근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1면에 중국 기술 기업 화웨이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인터뷰를 실었는데,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 시 주석의 딸 시밍쩌(習明澤)가 시 주석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만찬에 동행했는데, 이를 두고 시 주석이 은퇴를 준비하는 신호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미 시 주석의 ‘질서 있는 퇴진’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당 중앙에 ‘정책결정 의사협조기구’가 설립됐는데 시 주석의 독단을 막기 위한 원로의 정치 개입을 제도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시 주석의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요직에서 밀려나고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이 약진하기 시작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1) 당·정·군 다 장악… 실각 불가
(2) ‘중앙 8항’ 등 정풍운동 활발
(3) 브릭스 외엔 해외 순방 지속
◇아직 모든 것은 추측일 뿐… 단 ‘건강’ 문제는 잘 살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직 추측일 뿐이다. 시 주석은 이미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애고, 당·정·군 모두를 장악한 상태다. 공산당 구조상 ‘강제로 끌어내리는’ 방식의 실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당국은 시 주석 실각설을 의식한 듯 시 주석의 건재함을 알리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관영 CCTV는 지난달 30일 시 주석이 고위 관리들을 불러모아 ‘당 엄격 관리’와 ‘당성 강화’를 주문했다고 전했고 공산당은 오는 9월 3일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릴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및 열병식에 시 주석이 참석해 연설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공표했다. 최고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가주석의 일정을 두 달도 더 전에 미리 알린 것은 그때에도 시 주석은 건재할 것이라는 메시지다.
시 주석이 주도해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 역시 시 주석의 지도력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공산당은 지난 3월부터 ‘중앙 8항(八項) 정신 학습 교육 활동’이라는 정풍(整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고위직 관리들의 사치풍조, 특권의식 등을 타파하는 것으로 업무 시간 내 음주, 접대용 주류 제공 등을 금지하며 강도 높게 시행 중이다. 이는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공산당 중앙의 리더십이 건재하지 않으면 실행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각설은 올해 초부터 흘러나왔지만 시 주석은 올해 들어 해외 순방을 줄이지 않았다. 올해 4월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3개국을 순방했고, 5월에는 러시아, 6월에는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국내 정치가 위기 상황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정이다. 지난 6∼7일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불참했다는 사실이 실각설에 힘을 실었지만 여기엔 인도 견제 등 다른 이유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도 시 주석이 주도하고 있다. 시 주석이 외교 전권을 가지지 않았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군부 내에서의 비상식적 움직임은 무엇일까. 중국의 정치 체제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중국공산당 내 파벌은 아예 존재할 수 없으며 쿠데타 역시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애초부터 장유샤 세력과 허웨이둥 세력이 서로 견제하는 구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시 주석이 갑자기 직을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곧 있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와 4중전회는 주목해야 한다. 그때 있을 군부 재편과 요직 인사를 통해 시 주석 체제의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 문제는 변수다. 72세 고령인 시 주석의 건강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시 주석의 경쟁 상대는 자신의 건강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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