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사랑 쓴 ‘명순 언니’… 요즘 사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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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인 김명순은 자신의 첫 작품집 '생명의 과실'에 이토록 강렬한 시를 남겼다.
'김명순 프로젝트'의 시작은 2년 전이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편집자였던 김 대표는 이제 막 창비를 나와 출판사를 차렸고 박 시인을 통해 김명순 작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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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3편·희곡 1편 선별하고
‘생명의 과실’ ‘애인의 선물’ 등
원본 적절히 다듬어 4권 펴내
“외로운 세계 딛고 일어난 작가
동시대인들에게 나침반 역할”

“세상이여 내가 당신을 떠날 때/ 개천가에 누웠거나 들에 누웠거나/ 죽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하시오~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하시오,/ 그러면 나는 세상에 다신 안 오리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작별합시다.”(시 ‘유언’ 일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인 김명순은 자신의 첫 작품집 ‘생명의 과실’에 이토록 강렬한 시를 남겼다. 시뿐만 아니다. 그는 소설과 산문, 평론과 희곡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발표했고 국내 최초로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소개하고 보들레르의 시를 번역하는 다재다능함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처 그 재능을 다 피워내기도 전에 사라졌다. 당대 문인들은 ‘기생의 딸’이라는 사실로 그를 폄하했고 모욕적인 소문과 성폭력 피해까지 겪은 끝에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그렇게 잊혔다.
“김명순의 작업물을 찾아다니면서 느끼는 감각이 100년 전 사람 같지 않았어요. 출간 작업을 하면서 마치 ‘명순 언니’까지 셋이 함께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우리에겐 이름조차 낯선 김명순을 ‘명순 언니’라 부르며 그의 문학작품을 소개하려는 이들이 있다. 1인 출판사 핀드를 운영하는 김선영 대표와 박소란 시인이다. 최근 핀드는 김명순의 발표작 가운데 13편의 소설과 1편의 희곡을 선별한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와 문장집 ‘사랑하는 이 보세요’, 그리고 두 권의 창작집 ‘생명의 과실’과 ‘애인의 선물’의 복원본까지 4권의 책을 펴냈다. 박 시인은 근대 한글을 현대어로 옮기고 다듬는 작업에 참여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카페 핀드에서 이들을 만났다.

‘김명순 프로젝트’의 시작은 2년 전이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편집자였던 김 대표는 이제 막 창비를 나와 출판사를 차렸고 박 시인을 통해 김명순 작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그렇게 김명순 에세이집 ‘사랑은 무한대이외다’를 출판사의 첫 책으로 선택했다. 김 대표는 “출판사의 중요한 역할은 작가를 발굴하는 데 있다. 신인 작가 발굴도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전 시대의 작가를 발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작업의 시작점이 됐던 박 시인의 김명순을 향한 애정은 편역 작업에도 그대로 담겼다. “아끼는 김명순의 글이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까 걱정됐다”는 박 시인은 “‘~한 고로’와 같이 안 쓰는 표현은 ‘~한 까닭에’로 바꿨고 ‘멈둘레’ 같은 비표준어는 그 분위기를 살려 ‘민들레 꽃’이 아닌 ‘멈둘레 꽃’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박 시인이 꼽는 김명순의 매력은 그 강렬함에 있다. 시 ‘유언’에서도 알 수 있듯 터져 나오는 감정과 감각적인 시어들, 그것이 독자로서의 본능적인 끌림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안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면 ‘호올로’(홀로)의 힘이 있다. 시인인 그가 김명순의 소설까지 다듬을 수 있었던 배경에도 그 ‘혼자만의 세계’라는 접점이 있다. 박 시인은 “김명순은 여러 외부적인 상황에도 자신 안에 몰두한 사람이었고, 그런 부분을 닮고 싶었다”며 “그 부분에서 그의 세계가 내가 지금 쓰는 글과도 닿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명순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는 언제나 글의 마지막에 짧은 후기를 남겨뒀다. “퍽 곤란한 초고였다”거나 “오월 그믐에 피곤과 싸우면서”라는 식으로 감상을 남겼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그의 소설, 시, 희곡과 함께했던 이들에겐 무엇이 남았을까. 이들은 이렇게 답했다.
“자부심이오. 이제 막 시작한 출판사지만 ‘한다고 하면 끝까지 하는구나’를 보여준 것 같아요.”(김선영 대표)
“작가로서의 마음가짐이오.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물에 함몰됐던 저에게 나침반과 같은 사람이 생겼어요.”(박소란 시인)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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