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맞서려면 ‘퀄리티 저널리즘’ 해법… MIT같은 미디어랩 꿈꿔”[현안 인터뷰]

이재희 기자 2025. 7. 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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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MZ 눈높이 맞게 신문혁신 필요
디지털 능력갖춘 인재 양성해야
교수·기자 팀 꾸려 프로젝트를
韓언론 온 편집국이 속보팀인셈
스트레이트·기획취재팀 나눠야
‘미래뉴스실습’ 수업 기획기사로
서울대 부조리시스템 개선 성과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6월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실에서 한국 언론의 위기와 혁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건물 IBK커뮤니케이션센터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정문으로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는 대학 교육·연구공간입니다. 커뮤니케이션센터가 서울대의 초입을 지키고 있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합니다.”

지난 6월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윤석민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언론정보학과가 위치한 IBK커뮤니케이션센터 건물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는 자체 건물이 없었다. 윤 교수는 ‘현대사회에선 의사소통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학, 미디어학의 중요성에 대한 자료를 직접 만들어 지원해줄 만한 기업을 찾아 발로 뛰었다. 주요 대기업들의 문을 두드린 지 7∼8번째, 윤 교수의 열정과 진심을 알아본 IBK기업은행의 조준희 행장이 최초 30억 원, 최종적으로는 50억 원을 조건 없이 출연해 서울대 커뮤니케이션센터가 출범했다.

이 건물의 정체성과 의미는 한국 언론이 처한 위기에 대한 윤 교수의 해법과도 맞닿아 있다. 윤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젊은 세대들은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 최근 신문 보급률은 2000년대 초반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신문산업은 위기를 면할 수 없지만 신문산업이 절대로 사라져선 안 된다는 게 윤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이 텍스트 기반 인쇄매체를 고수한다면 ‘페이퍼리스(paperless)·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인 MZ세대에 대한 소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대·독자 눈높이에 맞게 기사 내용·포맷을 혁신해야 한다.

윤 교수는 이들을 겨냥한 새 저널리즘 연구를 목표로 한다. 기자 지망생들과 젊은 기자들을 모아 언론윤리·취재법 등을 가르친 뒤 일종의 저널리즘 랩(lab·실험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네그로폰테 미디어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교수와 함께 몇 명의 기자들이 팀을 꾸려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텍스트 기반 형식에서 벗어나 동영상 이미지·스토리텔링 기법·인공지능(AI) 결합 이미지 등을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기사 내용도 기존 속보·스트레이트가 아닌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거대 권력화하여 민주주의 약화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대해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현재 한국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을 심도 깊게 다루는 겁니다.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민주주의 이론을 정리하고, 지표를 설정하고, 정부를 모니터링해 지표별로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살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사례부터 시작해 단순 수치가 아닌 그래픽으로 생생하게 보여준 뒤 전 세계 주요국 상황과 전문가 분석까지 엮어 전달한다면 젊은 세대뿐 아니라 모두가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윤 교수는 새로운 방식의 취재·글쓰기보다 더 중요한 건 ‘즉각적 피드백’이라고 짚었다. 기사를 생산하고 각 플랫폼 특성에 맞춰서 다양한 플랫폼에 송고했다면, 젊은 세대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해 즉각적으로 수정·피드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코딩, 내러티브·스토리텔링 기술 등 다양한 인접 학문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기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윤 교수에 따르면 기자는 사명감과 기본 자질, 전문지식(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 구성·스토리텔링 능력 등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특히 요즘 기자들은 디지털 인터페이스·AI·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에 대한 공부가 중요합니다.” 이런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유일한 곳이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다. 하지만 NYT는 편집국 인원만 2000여 명으로,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300명 정도 편집국 규모를 유지하는 한국 언론들과는 여건이 크게 다르다. 윤 교수는 “NYT도 브랜드파워·로열티가 강해서 지금까지 버틴 것이다. 한국에서는 할 수 있는 언론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그 틈새를 파고드는 게 유튜브”라고 지적했다.

유튜브의 성공 전략을 탁월한 디지털 인터페이스 감각, 실시간 상호작용과 빠른 피드백, 쌍방향 소통, 공감을 이끌어내는 섬네일 등으로 꼽은 윤 교수는 “공감적 신뢰가 실제로는 팩트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이어도 사람들을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언론윤리·책임이 부재한 유튜브 저널리즘이 언론을 대체하면서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편향·분열을 조장하면서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저널리즘에 맞서 윤 교수가 내놓은 해법은 퀄리티 저널리즘이다. 미디어랩을 통해 소양을 갖춘 인력이 언론계에 충원되고, 이들이 젊은 감각·정서에 맞는 새 저널리즘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그 시작인 저널리즘 교육을 대학, 윤 교수가 이끄는 미디어랩에서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나 언론인의 기초 소양과 전문지식, 디지털 능력을 갖춘 인재를 생산한다면 NYT를 뛰어넘는 K-저널리즘을 확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 교수는 현실적인 문제점들도 지적했다. 언론사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혁신을 위한 노력도 일부 하지만 개발 노력·비용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고, 금세 타 언론사들이 따라 하면서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한 해답을 대학에서 찾았다. 대학을 주축으로 프로젝트 기반 혁신을 이뤄내고, 그렇게 교육받은 기자들이 언론사에 들어가 현장에서 실천할 때 혁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편집국 이원화’도 방법으로 꼽았다. 윤 교수는 “지금은 온 편집국이 속보팀”이라며 “속보·스트레이트 부서와 기획취재 부서를 나눠 운영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반나절도 못 가는 단독을 위해 투자할 것인지, 속보는 속보팀(온라인팀)이 소화하게 두고 심층기획 취재를 위한 프로젝트팀을 운영해 기자들을 교육하고 현장에서 실천하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포맷은 가볍게, 클릭하면 깊이 있게. 그게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 혁신이고 퀄리티 저널리즘입니다.”

윤 교수는 서울대 정보문화학 수업과 미래뉴스실습 과목을 예로 들며 해법을 내놨다. 정보문화학 수업은 여러 학과에서 융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한 학제다. 해당 연합전공 학생들은 인문·사회과학과 컴퓨터과학을 접목시키는 교육을 받고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실제로 개발한다. 이를 위해 타 학과에서 폭넓게 필요한 수업을 듣거나, 필요한 강의가 없다면 직접 신청을 받아 개설하기도 했다. 미래뉴스실습 과목도 마찬가지다. 한 학기 동안 실제로 기획기사를 써보는 것인데 ‘서울대의 부조리한 시스템 개선’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팀을 꾸려 연구하게 했다. 그러자 수강신청 거래 행위, 연구비 부정, 평창캠퍼스 부실화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제기했고 시스템이 실제로 개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언론이 사회 갈등·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팩트에 기반해 자신만의 논조·관점을 갖고 사회적 쟁점에 대한 시각을 제시하는 게 언론의 고유한 역할이라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언론 양극화라는 주장은 훨씬 더 양극화돼 있는 정치권에서 언론을 공격하기 위해 펼치는 논리”라며 “입법·행정부를 장악하고 사법부에마저 영향을 미치려는 이재명 정부가 언론에마저 비슷한 시도를 할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언론이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는 근거 없는 프레임이 언론혐오를 키우고, 언론산업을 위축시킵니다. 정치처럼 언론도 다원화돼 경쟁하는 게 더 건강한 상태라고 인식하도록, 사회가 바뀌어야 합니다.”

△서울대 신문학과 △미시간주립대 언론정보학 박사 △한국방송개발원 선임연구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장 △저서 ‘저널리즘 연구’ ‘허위정보와 팩트체크 저널리즘’ ‘미디어 거버넌스’ ‘미디어 공정성 연구’ 등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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