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되갚는 ‘쉼터’ 청년… “정기후원 어느덧 1000일 됐네요”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김현아 기자 2025. 7. 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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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중3때부터 용돈 기부한 대학생 정윤서씨
“쉼터생활 땐 왜 태어났나 책망
누군가 도우며 자존감 회복돼”
4년제 대학 전액장학생 된 뒤
탈북학생 학습 멘토링 등 나눔
누적봉사시간 1000시간 이상
“복지 사각지대 아이 돕고싶어
청소년 정책 연구원 되는게 꿈”
정윤서 후원자가 지난 6월 5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라마다프라자수원호텔에서 진행된 초록우산 ‘그린노블스데이’ 행사에서 재단 자립활동가모임 ‘청자기(청년들의 자립이야기)’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어린 시절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해야 했어요. ‘나는 왜 태어났을까?’ 스스로 자주 질문했죠. 그러다 중학교 때 우연히 참여한 봉사활동이 저의 삶을 바꿨습니다. 저라는 사람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무너진 자존감이 다시 일어서는 느낌이었어요.”

쉼터에서 어렵게 용돈을 모아 기부하던 중3 아이가 20대 청년이 됐다. 누적 봉사시간만 1000시간 이상, 그동안 대한민국 인재상(2022년)도 수상했다. 쉼터 퇴소 청년에서 4년제 대학 전액 장학금을 받는 인재가 되기까지,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삶을 개척해 온 대학생 후원자 정윤서(21) 씨 얘기다.

9일 초록우산에 따르면, 정 씨는 오는 30일 초록우산 정기후원 1000일째를 맞는다. 고3 시절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자마자 정기후원을 신청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소중히 모았던 용돈을 초록우산에 일시 후원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정 씨는 “그때 작은 나눔도 누군가에게는 큰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싶었다”며 “매달 1만 원이 결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제게는 그 어떤 소비보다 가치 있는 지출”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씨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겐 정말 큰 의미”라고 했다. 그 역시 도움이 필요했던 쉼터 퇴소 청년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좋지 않은 일을 겪어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해야 했다. 그는 “그래서 따뜻한 마음 하나가 세상의 사각지대에 있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 더욱 잘 알고 있다”며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제 삶의 일부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내가 받은 사랑을 다시 누군가에게 전하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정윤서 초록우산 후원자가 봉사활동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받은 도움을 언젠가 갚겠노라 다짐하긴 쉽다. 다만, 삶의 상처를 끌어안고 일어나, 실천에 옮기기까진 어렵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정 씨는 그의 말대로 삶 일부를 끊임없이 나누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이어오고 있는 봉사활동이 그 예다. 울산 동구 청소년문화의집 운영위원·참여위원(2017∼2021년), 남북하나재단 탈북학생 학습 멘토링(2023년), 지역아동센터 정기봉사(2023년∼현재) 등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에는 어디든 힘을 보태는 중이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위원으로 선발돼 청소년의 목소리를 중앙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전달하고 있다.

수없이 나눔을 이어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고 한다. 학습 멘토링으로 만난 탈북 청소년과의 일화다. 중학교 1학년 멘티를 만나러 매주 1시간 반 이상을 달려가 함께 밥을 먹고, 공부를 가르쳐 줬던 어느 날이었다. 멘티가 “선생님은 왜 공부만 가르쳐주고 바로 가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그때 “너는 내게 소중한 동생 같은 존재니까”라고 자연스레 답이 나왔다고 한다. 정 씨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 준 순간”이라고 떠올렸다.

가정 밖 청소년이던 그는 이제 청소년 정책을 연구하는 정책연구원을 꿈꾸고 있다. 사회학이라는 대학 전공도 그 이유로 선택했다.

정 씨는 “쉼터에서 함께 지내온 청소년들, 직접 만나본 친구들의 삶을 통해 세상에는 여전히 제도 밖에서 보이지 않는 외로움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거리에서 생활하던 친구,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왔지만 의지할 곳이 없어 매일을 버티듯 살아가는 친구,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꿈을 내려놓은 친구들까지…. 나눔의 결실이 이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게 먼저 닿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나누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나누느냐예요.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겐 ‘나도 사랑받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돼 줄 수 있습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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