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죽음 이대로는 안돼”...대통령 숙제 받은 고용부, 산재 예방책 마련 속도

김용훈 2025. 7. 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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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네 차례 대책 지시…“입법 포함한 대책 마련”
고용부, 2인1조·작업중지권·공시제 등 제도 개선 검토
감독 인력 확충·양형기준 도입 등 중대재해법 실효성 확보도
6일 오전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아래 오수관 관로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1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고 1명이 실종됐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일터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사망사고 반복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정부가 범부처 산업재해예방 종합대책 수립에 나섰다.

9일 권창준 고용노동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안전 종합대책 관련 14개 부처와 기관이 참여한 범정부 협의체 1차 회의를 열고 “산업재해의 원인은 기술적 요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관리, 고용 구조, 일하는 방식 등 다양하고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기술적 측면에서의 규제·지원과 함께, 원·하청 계약 관계 등 지배구조와 이와 결부된 고용구조로부터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에도 산업재해 사망자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으로 숨진 노동자는 2022년 623명(589건), 2023년 597명(583건), 2024년에는 잠정 기준으로 589명(553건)이다. 올해 1분기 사망자 수도 137명으로, 전년 동기(138명)와 큰 차이가 없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 산재 사망률은 높은 편이다. 근로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사고사망만인율은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

이 대통령은 취임 한달여 동안 네 차례나 산재 예방을 강조했다. 지난달 5일 취임 첫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효과에 대해 질문했고, 지난 3일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도 산재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어 5일 국무회의에서는 “(사업주의) 사후 책임을 확실히 묻는 대책을 전 부처 역할을 취합해, 현재 상황, 현재 할 수 있는 대책, 필요하면 제도를 바꾸는 입법대책까지 정리해 국무회의에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7일 인천 맨홀 작업 중 질식사고가 발생하자 “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고 했다.

‘2인1조 의무화’·‘작업중지권’ 추진 유력
산재 특단 대책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하고 지시한 만큼 고용노동부도 이른 시일 안에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종합대책을 보고해야 한다. 고용부는 ‘예방-감독-처벌-구조개선’ 등 4단계 산재예방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현재 할 수 있는 대책과 필요하면 제도를 바꾸는 입법대책을 주문한 만큼 시행령으로 풀 수 있는 과제와 국회 입법이 필요한 과제를 병행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 대책으로는 위험 작업에 ‘2인 1조’ 근무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는 도로공사나 LH 등 일부 공공기관만 의무 대상이다. 민간까지 확대하려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지난해 6월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사업주가 위험한 작업을 할 경우 2인 이상 1조로 수행하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작업중지권’의 실질적인 보장 강화도 예상되는 대책 가운데 하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예방적 차원에서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작업중지권 행사에 따라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불이익 금지 조항을 명문화하고 이를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할 것으로 보인다.

李대통령 공약 ‘기업 안전보건공시제’...입법 나설까

고용부는 그간 자율개선 중심의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을 중시해 왔다. 실제 해당 점검은 사업주가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했는지를 살피는 점검인 만큼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이 발견되도 시정지시만 할 뿐 형사입건을 하지는 않는다. 이에 정부는 현장에 ‘처벌 중심’ 시그널을 강하게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이미 올해 감독 물량 1만1000건을 특화점검(9000건)보다 우선 배정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양형기준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지난해 말까지 선고된 31건 중 실형은 4건에 불과하다. 이 탓에 입법 취지였던 ‘경영책임자 직접 처벌’이 법원 판결에선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미 국정기획위원회와 법무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통해 대표이사급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기준을 마련 중이다.

아울러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기업 안전보건공시제’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제는 산재 현황, 재해 예방 투자, 사망사고 등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안전보건공시제를 의무화하려면 반드시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해당 법률에 관련 규정을 반영하는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 조직법을 고쳐 산업안전 감독 전담을 위한 고용노동부 2차관 신설 가능성도 언급된다. 감독 인력도 확충도 예상된다. 현재 근로감독관은 895명에 불과해 연간 2만곳이 넘는 사업장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고용부의 산재 예방 주무부처 역할 강화를 언급, 고용부의 감독권한 확대와 산재 예방 관련 타 부처 협업체계 구축 및 조정 기능 강화 등을 공약한 바 있다.

한편 고용부는 지난 6일 발생한 인천 맨홀 질식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하고, 유사 고위험 사업장 223곳에 대한 긴급 점검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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