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무질서 단속 22배 폭증…무질서 여전한 제주 밤거리
무단횡단, 쓰레기투기 횡행…경찰 단속 숨바꼭질

지난 7일 오후 8시30분께 찾은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인근 도로.
해가 지고 어둑해진 거리엔 쇼핑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얼핏 봐도 10명 중 9명은 외국인일 정도였다. 더운 날씨 탓인지 대부분 손에는 일회용컵에 담긴 차가운 음료가 들려 있었다.
활기로 가득 찬 상점가와 달리, 도로 곳곳엔 기동순찰대 소속 경찰들이 서 있었다. 이들은 분 단위로 중앙선을 넘는 무단횡단자들을 단속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경찰이 한쪽에서 무단횡단을 제지하고 있으면, 다른 쪽에선 이를 모른 채 또다른 이들이 거리를 가로질렀다.
경찰들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날씨 속, 무단횡단자들을 붙잡느라 연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 와중에 손에 들고 있던 음료 컵은 하나둘씩 도로 위 변압기 위로 올라갔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경고 문구가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쓰여 있었지만, 무색해진 지 오래였다.
다음날인 8일 오후 1시, 같은 장소를 찾았을 땐 전날의 흔적은 말끔히 사라진 모습이었다. 거리는 한적했으며, 쓰레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제주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무질서 행위' 문제가 제기된 것은 최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무단횡단, 쓰레기 무단투기 등의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지만,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도로 위 경찰의 수와 단속 실적뿐이다.
실제로 올해 1~5월 기준 단속된 무질서 행위는 총 4136건으로, 이 중 외국인이 85.1%(3522건)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무단횡단이 3411건(96.8%)으로 압도적이며, 이어 쓰레기 투기 105건, 노상방뇨 4건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단속 건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단속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찰과 지자체는 홍보물 배포, 기초질서 캠페인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매일 수천명의 관광객이 쏟아지는 제주의 현실에선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이에 단속 효과가 큰 중앙분리대 설치와 더불어 길거리 쓰레기통 확대 등 구조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길거리 쓰레기통의 경우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된 1995년 이후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철거되는 추세였지만 '테이크아웃' 문화가 보편화되고, 거리 곳곳에 일회용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재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제주에선 이러한 수요가 더욱 높은 상황이지만, 행정은 아직까지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설치에 소극적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 6월 30일 자치경찰과 자치경찰위원회, 제주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지역안전지수 개선을 위한 점검 회의를 열고, 기초질서를 비롯한 생활안전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해당 회의에서 제안된 중앙분리대 설치 방안은 현재 양 행정시에 건의한 상태로, 검토해볼 계획이다.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에 대해서도 별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