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여행자] 길 위의 삶

하은정 기자 2025. 7. 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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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나는 길 위에서 그것을 깨쳤다.

여행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에 막 들어갔을 즈음, 신문에서 우연히 본 여행 광고 때문이다. '런던, 파리, 로마, 알프스… 2일 일정 1개 도시 관광'이라는 말도 안 되는 광고였지만, 가능하다는 일정이 쓰여 있었다. 나는 그런 신문 지면 광고들을 오려서 노란색 두꺼운 표지의 파일에 묶어 소중히 책꽂이 한편에 놓아두었다.

그 시절, 나는 결심했던 것 같다. 평생 정장을 입지 않고 하이힐을 신지 않기로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어디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내 자유에 대한 다른 표현이었을 것이다.

가진 것이라곤 여행에 대한 열망뿐이었던 그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TV에서 여행 테마 프로그램을 보는 것뿐이었다. 해가 창을 환하게 비추던 시간에 TV를 켜고, 잘 깎은 연필로 여행 정보를 꾹꾹 눌러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나는 대학을 휴학하고 여행을 드디어 떠나게 되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유럽으로 떠났다. 나는 그곳에서 여행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저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밖으로 나가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아프리카 자원봉사를 다녀온 뒤, 인도 배낭 여행사의 인솔자로 첫 취직을 하게 되었다. 아프리카보다 더 힘들 거라는 인도는, 이미 아프리카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고 온 나에게는 오히려 편안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인도인들의 열려 있는 마음은 긴장했던 마음을 풀어주었다.

인도에서 인솔을 하며 얻은 가장 큰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많은 인도인들과의 교류였다. 한 장소에 자주 가다 보니 마을마다 아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동네 소년들은 내가 유적지의 길을 헤맬 때마다 곁에 있어 주었고, 작은 마을에 있는 단골 식당에서는 나를 친구로 대하며 그들의 부엌으로 데려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갠지스강의 보트맨은 매번 보트에 태워주었다.

한번 얼굴을 보면 절대 잊지 않는 인도인들의 습성 때문에, 인솔 때마다 마치 평생 알고 지낸 친구인 것처럼 환대를 받았다. 이때 알게 된 인도 친구들과 지금도 일을 함께하고 있으니, 이때 맺은 인도와의 인연은 실로 끈끈하다고 할 수 있다.

몇 년을 반복적으로 같은 곳을 다니며 일을 하다 보니, 나도 길에서 만났던 다른 여행자들처럼 좋아하는 곳에서 한동안 지내고 싶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길에서 여행하며 살고 있었고, 그들은 나에게 그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몇 년 동안 일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는 인도로 들어가, 그토록 머물고 싶었던 갠지스강이 흐르는 고대의 도시 바라나시에서 동네 사람이 되기도 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요가를 하러 북쪽 도시 리시케시에서도 한동안 머물게 되었다. 그러면서 길에서 사는 삶을 조금씩 익히게 되었다.

인도에서 인솔자로 일하며 생활하다 보니,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한다는 절실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만난 여러 여행자들의 모험담을 듣다 보니, 나만 한곳에 고여 있는 것 같은 침울함이 나를 지배했다. 이후 나는 중동을 거쳐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고, 후에 중남미 인솔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정신적인 버팀목은 단연 인도였다. 인도는 나에게 매일 기도하는 삶을 보여주었고, 인도 철학과 요가를 가르쳐준 곳이었다. 중남미에서 일을 하면서, 곳곳에 퍼져 있는 인도 식당에서 그리운 인도 채식을 먹기도 했으며, 몇몇 도시의 요가 센터에서 요가를 하며 인도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어쩌다가 인도 이야기가 나오면 여행자들과 인도에서의 추억을 꺼내며 신나게 이야기하고, 인도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기를 원했던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인도와 요가, 채식 그리고 여행이었다. 그렇게 홀로 생각의 시간을 가진 후에, 난 다시 인도로 들어가 인도를 일터로 삼으며 생활해 보기로 했다.

나는 지금 인도에 있다. 인도와 다른 몇몇 나라에서 요가 여행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인도 친구의 식당에서 커피와 빵을 만들며 지내는 길 위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글쓴이 최윤성 '망고 요가 트래블'의 1인 여행 기획자. 국내외 요가 여행을 진행하고, 틈틈이 산티아고 순례길 인솔을 한다. 겨울에는 인도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만들며 생활하는 여행자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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