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전통건축의 오해, 고층 한옥과 활주

대학원 시절, 존경하던 현대건축 설계 전공 교수님께서 전통건축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전통건축은 나무로 만든 집인데, 기술이 없어서인지 2층 이상은 짓지 못했군." 또 다른 교수님은 "지붕 끝에 긴 나무를 덧대어 처짐을 막는 걸 보면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많아 보여"라고 하셨다. 두 분 모두 국내외에서 저명한 학자이자 실무자였다. 당시 박사과정생으로서 설계 강의를 하며 학부생들과 답사를 하던 나에겐 이 발언들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현장에서 전통건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했지만, 학계 내에 뿌리 깊은 선입견은 쉽게 거둘 수 없었다.
전통건축에 2층 이상 건물이 드물었던 것은 기술의 부족 때문이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이미 다층 목조건축물이 존재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법주사 팔상전은 5층 구조인데, 다층 건축이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조선 초기, 국가는 건축을 통한 과시와 사치, 신분 혼란을 막고자 법적 규제를 강화했다. 태종은 토지의 크기를, 세종은 주택의 칸 수와 부재 크기를 신분에 따라 제한했고, 이러한 조치들은 '경국대전'에 명문화 됐다.
그 내용에 따르면 대군은 60칸, 공주와 군은 50칸, 2품 이상 관리는 40칸, 3품 이하는 30칸, 서인은 10칸 이내로 제한됐으며, 기둥이나 대들보의 크기 또한 신분에 따라 차등 적용됐지만, 법령 어디에도 층수에 대한 명시적 제한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기둥 높이의 제한은 2층 이상 건축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었고, 조선 중기 이후 전국적으로 보급된 온돌은 구조상 2층 건축을 더욱 어렵게 했다. 결국 전통건축이 대부분 단층으로 지어진 것은 단순한 제약 때문만이 아니라, 문화적 선택과 공간 활용 방식의 변화에 따른 결과였다.
우리 전통건축의 다층 구조는 대개 '통층'이라 하여, 위아래를 나누는 바닥판 없이 상하공간이 연속된다.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화엄사 각황전, 법주사 대웅보전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2층 구조가 독립된 예는 드물고, 덕수궁 석어당이나 일부 상류층 주택의 누각 정도가 남아 있다. 결국 층수가 적은 이유는 기술이 아닌 철학과 제도의 산물이다.
또 다른 오해는, 지붕 처마의 처짐을 막기 위해 덧대는 활주를 전통건축의 구조적 한계로 보는 것이다. 전통건축은 지붕의 무게로 기둥을 눌러 고정하는 구조이며, 초석과 기둥 사이에 못이나 고정 장치가 없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기와는 동파 방지를 위해 더 두껍고 무거워졌고, 이는 기존 구조가 감당하기 어려운 하중을 발생시켰다. 처마가 내려앉는 현상을 막기 위해 추가된 것이 활주이며, 이는 현대 재료와 전통 구조의 불일치에서 생긴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해가 반복될까. 결국 원인은 교육에 있다. 현재 건축학 교육은 서양 중심으로 편성돼 있으며, 한국건축사는 서양건축사 이후 간단히 덧붙여지는 수준에 그친다. 일부 대학에서는 동양건축사라는 과목에 통합돼 전통건축은 단락 하나로 축소되기도 한다. 건축학 인증제 도입 이후 5년제로 개편됐음에도, 오히려 전통건축 수업은 줄었다.
최근 들어 'K-건축'과 '한국적인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설계 교육과 현장에서는 여전히 서양 중심의 미학과 기능주의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는 전통건축을 문화로는 말하지만, 설계로는 말하지 못한다. 전통건축이 '오래된 집'이 아닌 '삶을 구성하는 방식'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한국 건축의 정체성도 쉽게 자리 잡지 못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축이 세계적인 건축가 양성을 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적 건축의 모습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교육에서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전통건축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그것은 집을 짓는 방식이며 공간을 구성하는 윤리이자 인간 삶의 정서다. 우리가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고 미래로 이어가려면 건축가를 키우는 교육의 틀부터 달라져야 한다. 전통건축의 정신이 다시 사람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기를, 그리고 그 출발점이 오늘의 교육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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