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는 결국 ‘관계맺기’다[신간]

2025. 7.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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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코미디 기술

금개 지음·오월의봄·2만원



성소수자인 저자는 퀴어 행사와 퀴어 팟캐스트 등 진행자로 활동하며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긴다. 그에게 코미디란 “예술 장르라기보다는 인생의 태도”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희극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우스운 광대처럼 보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자신을 단련하며, 소수자들이 함께 웃는 기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에 순수한 기쁨을 느끼며 살아간다.

책은 실제 코미디에서 쓰이는 기술을 안내한다. 예컨대 코미디에서 ‘로스팅(roasting)’은 선을 넘지 않으면서 아슬아슬한 주제로 다른 사람을 재치있게 놀리는 기술이다. 미국 뉴욕의 성소수자 그룹, 특히 드래그 문화에서 상대를 놀리는 ‘리딩(reading)’이라는 행위가 코미디의 로스팅과 비슷한데, 드래그 문화에서는 상대를 잘 ‘읽고’ 상대와 나의 관계를 잘 파악해 놀리는 것을 성공적인 리딩으로 본다. 코미디의 로스팅 역시 불쾌함 없이 성공하려면 ‘관계성’을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놀려도 되는 결점은 뭔지, 절대 건드리면 안 될 부분이 있는지 상대에 대한 진중한 관찰과 기민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놀리는 사람과의 관계와 힘의 방향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다”라고 말한다.

코미디는 결국 ‘관계맺기’다. 코미디를 여러 번 선보여도 “어떤 기적적인 순간에만 우리로서” 웃을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의 경계를 지키며 시시각각 서로를 계속해서 헤아리면서 뭔가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어야” 가능한 일이다. 처음 책을 집어들 때는 ‘코미디 기술을 내세운 자기계발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읽고 나면 내가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우리’로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쓴 인생 에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불순한 어린이들

오유신 지음·동녘·1만7000원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시선은 편협하다. 순진무구하고 무해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고, 성가시고 부족한 존재로 규정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현실의 어린이들은 입체적이고 주체적”이라며 “다채로운 어린이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

박해남 지음·휴머니스트·2만4000원



책은 서울올림픽의 의미와 현 체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올림픽 이후 서울은 ‘외국인’의 시선을 내면화한 채 과시와 연출이 일상인 ‘극장도시’로 재구성됐고, ‘공연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질서가 본격화됐다고 진단한다.

마음을 두고 온 곳, 세계의 구멍가게 이야기

이미경 지음·남해의봄날·2만8000원



한국의 구멍가게를 펜으로 그려온 작가가 이번에는 19개국을 여행하며 그린 구멍가게 작품을 책으로 냈다. 오랜 기간 지역공동체의 삶을 공유해온 구멍가게들은 도시의 성장으로 사라지고 있다. 작가는 “모두가 공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펜화를 그렸다고 말한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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