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빛낼 TK과학자]<1>차세대 광컴퓨팅기술 선구자 한상윤 DGIST 교수…"실리콘 포토닉스, 초거대 AI인프라 한계 극복 핵심"
발열 없는 초저전력 광회로 기술로 AI 운용 진화
한상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 “대구·경북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 될 수 있어”

인공지능(AI), 가상화폐, 양자 컴퓨터 등 혁신적인 과학기술이 우리 삶을 바꾸고 있다. 거대한 변화와 발전의 물결 속에서도 묵묵히 연구외길을 걸으며 세계가 주목하거나 주목할 성과를 내는 대구경북의 과학자들이 적지 않다.
대구일보는 창간 80주년(7월26일)을 맞아 글로벌이 주목하는 역량있는 대구경북 과학자들을 조명하는 '세계를 빛낼 TK과학자' 시리즈를 시작한다.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와 청춘들을 이끌 이 시리즈는 과학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줄 것이며, 동시에 그길을 걷는 열정과 헌신 그리고 숨은 에피소드들을 발굴하고 대한민국 민초들의 지지를 대신 전하고자 한다. 과학자들이 대한민국을 퀀텀점프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빅피처와 기업의 지원, 그리고 그들을 성원하는 대구경북인들의 염원을 이 시리즈에 담았다. (편집자 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주로 구리선에 흐르는 전기 신호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전기 신호는 속도를 높이면 전력 소모와 발열이 크게 늘어나고, 먼 거리로 데이터를 보낼 때는 데이터 왜곡과 손실이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구리선의 한계는 처리할 데이터가 무한에 가깝게 늘어나는 초거대 인공지능(이하 AI)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과도 같다. AI의 진화 속도에 하드웨어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한상윤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부교수는 실리콘 포토닉스를 활용한 미래형 컴퓨팅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다. 최근 한 교수는 기존보다 발열이 100만 배나 작은 초저전력 광회로(전자 대신 빛을 이용하는 회로)를 구현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챗GPT와 같은 대규모 AI가 확산됨에 따라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막대한 '발열'이 기술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연구는 이 같은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한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뒤, SK하이닉스가 후원하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UC 버클리에서 전기컴퓨터공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과정 중 지도교수인 밍우(Ming C. Wu) 교수와 함께 개발한 대규모 광스위치 기술은, 대규모 AI 연산에서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핵심 기술로, 지금의 초거대 AI 인프라의 확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로 평가된다.
해당 기술은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의 'nEye Systems'라는 스타트업의 기반 기술로 이어졌는데, 이 회사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을 포함한 주요 투자자로부터 약 1천 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그는 박사학위 취득 후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KAIST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3년간 근무하며 반도체 기반의 저전력 레이저 개발에 참여했고, 그 결과를 Nature Communications 등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병역을 마친 후 DGIST에 부임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이어오고 있으며, 2023년에는 Nature Photonics에 발표한 초저전력 광회로 논문으로 다시 한 번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 교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미국의 Meta, LIG넥스원, 옵티시스, KIST, 한국연구재단 등 국내외 유수 기관과 기업의 지원을 받아 AI, 양자, AR·VR 분야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광회로 칩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EU 반도체 공동연구의 한국 측 책임자로 선정돼 유럽의 대표 반도체 연구소인 'IMEC'과 협력해 초저전력 광 신경망 칩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한 교수는 "AI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마주한 진짜 과제는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계산을 할 수 있을까'에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기존 반도체 기술의 경직된 틀을 빠르게 흔들고 있는, 변화의 중심에 있는 기술"이라며 "빛은 전자보다 훨씬 빠르고 발열이 거의 없어, 결국 AI 시스템의 핵심에는 광컴퓨팅 기술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실리콘 포토닉스가 이미 상용화 단계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몇몇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에선 수년 전부터 실리콘 포토닉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AI 가속기(AI 학습·추론 등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를 비롯해, 양자컴퓨팅 시스템,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영역에 실리콘 포토닉스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 분야는 거대한 장비나 인프라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빠른 결단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제조업 기반의 유연한 강소기업들이 많은 대구·경북 지역에 적합하다"면서 "지금처럼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면, 대구·경북이 미래 반도체 산업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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