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뚝방길 노란 천막 그늘 드리운 아래로…누구든 언제든 ‘웰컴’

조은별 기자 2025. 7.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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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44) 임원자 협동조합 뚝방 대표
10년째 매주 토요일 ‘뚝방마켓’ 활짝
화려하고 창의적 연출로 분위기 살려
진열·운영법 배우며 판매자 역량 향상
경력단절·이주여성 창업 디딤돌 역할
도자기·천연염색 등 예술 교육도 진행
누적 관광객 46만명…지역 대표명소로
협동조합 뚝방 대표 임원자씨가 플리마켓이 열리는 전남 곡성역 근처 곡성천 목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평소 한복을 일상복으로 입는다.

매주 토요일, 전남 곡성역 근처 뚝방길엔 노란 천막이 그늘을 드리우고 그 아래로 상점 70∼80개가 길게 들어선다. 푸른 섬진강, 알록달록한 장미축제의 고장 곡성이 노란빛으로 물드는 날이다. 인구가 3만명도 안되는 이곳에 도대체 무슨 일일까. 바로 섬세한 수공예품과 맛있는 먹거리를 판매하는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이 열린 것이다. 흔히 플리마켓은 일회성 장터이기 마련이지만 곡성 ‘뚝방마켓’은 2016년부터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엔 임원자 ‘협동조합 뚝방’ 대표(53)가 있다. 그는 화사한 색감의 한복을 입고 장이 서는 곡성천 뚝방 풍경을 소개했다.

“보시다시피 저는 재밌고 화려한 걸 좋아하니까 뚝방마켓을 늘 새롭게 바꾸려고 애를 써요. 직원과 판매자들은 제 아이디어를 따라가느라 힘들어하죠. 그래도 찾아오는 주민과 손님들 반응을 보면 멈출 수가 없어요.”

서양 중세 복장을 맞춰 입은 판매자. 지루한 장터가 되지 않도록 관계자 모두가 노력한다.

곡성 토박이라 사투리를 종종 섞어 말하는 임 대표. 그는 아름다운 한복을 일상복으로 입을 만큼 용기 있고 남다르다. 뚝방마켓을 기획하던 곡성군 지역활성화과 공무원이 그의 감각과 열정을 눈여겨보다가 뚝방마켓 참여를 제안했고, 평소 도전 정신이 가득하던 임 대표는 2016년부터 ‘협동조합 뚝방’까지 이끌게 됐다. 처음엔 시장을 한달에 한번 열었지만, 곡성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이 ‘뚝방마켓을 매주 즐기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오면서 2019년부턴 봄과 가을 토요일마다 개장하게 됐다.

“이제는 유명한 ‘곡성세계장미축제’보다 볼거리가 더 많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지루한 공간이 되지 않도록 지난해엔 판매자들과 같이 서양 중세 복장을, 올해는 베르사유풍 의상까지 맞췄어요. 그때 우리 직원은 난생처음 분홍색 가발에 수박색 드레스를 입어보곤 어찌나 즐거워하던지요.”

이처럼 뚝방마켓이 오랫동안 이어져온 배경엔 임 대표와 판매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그는 지역주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판매자를 모은 다음 다른 지역의 플리마켓을 함께 돌며 진열법과 운영 비결을 익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판매자 17명과 파티 플래너 교육을 받으며 진열대 장식부터 포장법·매듭법까지 배우고,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도 수료했다. 임 대표는 “한번 배울 때마다 뚝방마켓의 완성도가 달라지니까 모두 열심히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뚝방길 한편에 세워진 뚝방마켓 조형물.

판매자끼리 화합하고 더 나은 마켓을 만들고자 모임도 자주 갖는다. 장을 마친 뒤엔 매번 간담회를 마련해 개선할 점을 찾는다. 해마다 판매자 150여명이 참여하는 워크숍도 여는데, 그해 트렌드 분석과 모범 사례 발표가 이어지는 자리다. 임 대표는 “판매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운영 규칙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었다”며 “판매 물품이 겹치지 않게 ‘달걀 장수는 달걀만, 소금 장수는 소금만’ 팔도록 제한한 것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뚝방마켓은 새로운 창업자를 기르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한다. 곡성 주민 박찬숙씨는 취미로 만들던 마카롱으로 시험 삼아 뚝방마켓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들깨·흑임자·딸기·멜론 같은 지역특산물을 듬뿍 넣은 빵과 과자는 입소문을 탔고, 그는 경력 단절 여성에서 제과점 ‘촌스마마’ 사장이 됐다. 다양한 창업 사례를 보고 판매에 도전하는 새내기도 많다. 임 대표는 쌀국수·사탕수수·파파야 같은 이색 음식을 선보이는 판매업체 ‘베트남 쌀국수’를 떠올렸다. 그는 “베트남에서 이주한 여성이 운영하는데 열정이 어찌나 대단한지 판매 첫날부터 대형 장비를 가지고 오더라”며 “자신 있는 음식을 선보일 기회를 얻으니까 신나서 열심히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뚝방마켓이 열리자 노란 천막 아래로 주민·판매자·관광객이 북적인다. 곡성=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임 대표는 곡성이나 뚝방마켓과 관련된 일이라면 언제든 ‘웰컴(welcome·환영)’이라고 말한다. 곡성 농부가 채소나 과일을 판다고 해도 ‘웰컴’, 음악 예술단이 뚝방마켓 무대에서 공연을 해도 ‘웰컴’, 곡성읍에서 하는 ‘한밤의 축제’ 행사 지원을 해달라는 부탁에도 ‘웰컴’이다. 장날엔 마을주민을 위한 예술 교육도 진행한다. 공예품 판매자의 재능 기부로 도자기·회화·천연염색 같은 수업이 열리면 매번 20명 가까운 주민·관광객이 참여한다. 뚝방마켓 관계자들의 열렬한 ‘웰컴’ 속에서 지금까지 뚝방마켓을 찾은 관광객은 46만명, 판매 상인도 1만1000명이 넘는다.

“제가 어렸을 때 곡성엔 문화시설이 별로 없었어요. 그저 곡성천에서 머리 감고 빨래하며 자랐죠. 지금 이렇게 노란빛으로 가득찬 천변 풍경을 보면 힘이 막 납니다. 옛날과 지금의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 제가 가장 잘 아니까요. 이 천변을 따라 펼쳐진 뚝방마켓으로 꼭 한번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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