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누가 중간착취방지법을 반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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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샀다.
중간착취방지법(근로기준법·하도급법·파견법 개정안)은 직고용 합의가 어려운 현실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삶을 구할 최소한의 제도이다.
한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중간착취를 막다가, 불법파견 의혹을 받을까봐 개입을 그만뒀다.
중간착취방지법은 긍정적 효과는 두드러지고, 예상 가능한 부작용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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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의 반발 보도 벌써 나와
‘임금 떼기’ 막자는데 반대라니

얼마 전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샀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다른 책을 사러 간 김에 집어 들었다. 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명되면 전달하고 싶어서다.
2021년 한국일보 기자들이 기획기사 취재를 바탕으로 출간한 ‘중간착취의 지옥도’라는 책이며, 용역·파견 노동자들의 임금 떼이기 실태를 담고 있다. 정치권의 제도 개선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4년간의 ‘배신과 실망의 시간’을 지나, 설레는 소식이 들린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원청이 하청과 하도급 계약을 맺을 때 도급비용 중 임금(직접노무비)을 구분해 명시·지급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재명 정부 1호 노동개혁으로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전하는 경제신문 기사에는 ‘경영계의 반발’ 목소리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임금체불과 중간착취 방지에 반발하는 경영자는 과연 누굴까. 말이 좋아 ‘아웃소싱’이지, 사실상 일감을 연결만 해주고는 많게는 매달 절반 이상의 직접노무비를 갈취하는 ‘원청 퇴직자들’ 말인가. 임금만 떼 갈 뿐, 사장이 누군지, 사무실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거머리 ‘기업들’ 말인가.
중간착취방지법(근로기준법·하도급법·파견법 개정안)은 직고용 합의가 어려운 현실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삶을 구할 최소한의 제도이다. 원청조차 원하는 경우가 있다. 용역 노동자의 월급을 듣고 놀라서, “내려보낸 돈이 얼마인데 그것밖에 못 받나”라고 물었다는 사례를 봤다. 한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중간착취를 막다가, 불법파견 의혹을 받을까봐 개입을 그만뒀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없어지는 건 ‘중간착취자’ 일자리(하청 사장)일 뿐이다. 필요한 인력이라면 원청이 직접고용을 해서라도 쓸 것이며, 이는 고용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실에선 중간착취 액수를 늘리려, 원청과 약속한 인력을 다 쓰지 않고는 유령 직원의 임금을 착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월급으로 주지도 않을 거면 노무비가 아닌 ‘이윤’ ‘관리비’ 항목으로 정직하게 원청과 도급비 계약을 해서 업체를 운영하면 될 일 아닌가.
무엇보다 이 법이 없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절대 해결(완화)할 수 없다. 원청이 연봉 1억 원을 내려보내도, 하청에서 다 떼고 최저임금만 줘도 그만인 이 기막힌 ‘합법적인 착취’를 내버려 두고, 양극화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도급비 단가를 아무리 높여도 중간착취자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인력 파견업체 차린 지 몇 년 만에 서울에 아파트를 샀다”는 사례까지 들었다. “쉬운 해고와 산업재해 책임을 (원청에서) 위임받는 대가”라는 하청 항변도 나오는데, 해고와 산재를 당하는 건 노동자인데 왜 그 대가는 딴 사람이 챙기나.
그동안 고용부도 ‘경영권 침해’ 등을 이유로 이 법에 부정적이긴 마찬가지였다. 경영권의 성역이 어디까지길래 망국적 중간착취 병폐까지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걸까. 그런 논리면 최저임금 제도는 왜 있나. 더구나 이미 공공 발주 건설에선 같은 제도가 시행 중이다.
중간착취방지법은 긍정적 효과는 두드러지고, 예상 가능한 부작용은 적다. 도급액 중 임금을 따로 분리할 수 없는 성격의 사업이 있다면, 현장 목소리를 들어 별도 예외를 두면 된다.
자살률 문제 칼럼을 준비하다 법안 가시화 소식을 듣고 급히 주제를 바꿨다. 자살의 주요 원인도 경제적 문제이니, 결국 맞닿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515560005125)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812020005955)
이진희 사회정책부장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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