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살리고 삶 키우는 숲…농·임·축산의 경계를 허물다
핀란드 농가 70% 농·임업 병행
숲속 작물·수목·가축 상호작용
지속가능 먹거리 생산·환경 보전
목재·바이오매스 보조 소득 역할
임도 개설 등 소유주 자율권 보장
“관청의 고유권한 침해 비정상적
숲은 일상 공간·부 축적하는 곳”
[산림선진국 핀란드에서 대한민국 산림수도 강원의 새길을 찾다]
2. 북카렐리아 요엔수, 혼농임업 현장

기후위기 시대, 핀란드의 혼농임업이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혼농임업, 아그로포레스트리(Agro forestry)는 농업(agriculture)과 임업(forestry)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이다. 한 공간에서 나무와 작물, 가축을 함께 키우는 지속가능한 농임업 시스템이다. 숲에 나무만 심거나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작물과 수목, 동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생태계를 순환하는 구조다.
산림선진국 핀란드는 혼농임업의 선도국가다. 혼농임업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농업과 임업의 지속가능성, 환경 보전, 농가소득까지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은 물론 생태계 보전까지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핀란드 농가의 70% 이상이 농업과 임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숲에서 나오는 목재나 바이오매스는 농가 소득의 핵심 보조 수단이다. 혼농임업 가구의 융합형 소득 모델은 식품, 임산물, 바이오에너지, 농촌관광 및 체험학습장 등으로도 확장됐다.
지난 6월 15일(현지 시간), 핀란드 북카렐리아(North Karelia) 요엔수(Joensuu) 혼농임업 산림현장을 찾았다. 요엔수는 동핀란드에 있는 러시아 접경 도시다. 숲과 호수의 도시이자 동핀란드의 산림수도로 통한다. 러시아 국경까지 약 70km 이내에 위치한다. 요엔수는 유럽연합(EU) 차원의 국경산림 모니터링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혼농임업 산림현장을 들어서자마자 젖소들과 양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젖소들과 양떼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양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자 인기척을 느낀 양들이 숲 속으로 무리지어 이동했다. 젖소들은 오히려 아무런 반응없이 혼농임업 현장을 방문한 취재진을 반기는 듯 했다. 짙은 녹음 속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핀란드의 혼농임업 현장은 목가적인 전원생활 자체였다.

핀란드의 임업은 숲의 가치를 더욱 높이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과의 특별한 조화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산림선진국 핀란드의 혼농임업 현장은 숲, 임업, 농업, 축산업 등을 확연하게 구분짓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현장에서 체감됐다. 전통방식과 현대기술을 결합한 핀란드의 혼농임업은 숲 속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소와 양, 말 등 가축을 방목하는 전통적 방식을 유지하면서 현대화 기술을 통해 건조 목초림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 나무 사이 공간에 작물을 재배해 토양침식 방지와 이중 수확은 물론 농장 가장자리에 숲을 유지하거나 조성해 수질 및 생물다양성을 자연그대로 보호하고 있다. 특히, 숲에선 목재뿐 아니라 산림 부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에너지용 바이오매스로 활용되는 시스템이 일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됐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력과 토양보호 효과를 높여주는 기후복원력 강화 기능은 물론 자체적인 소득 창출까지 이어지는 임업과 농업의 특별한 공존이었다.
취재진이 찾은 요엔수 혼농임업 현장의 농장주 안띠 무타넨(Antti Muta nen)씨는 “이 농장은 선대부터 시작해 5대째 일구고 있다”며 “임엄과 농업이 어우러지는 혼농임업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산림분야 국책연구기관인 자연자원연구원(LUKE) 소속으로 요엔수 지역 산림분야 연구원이기도 한 안띠 무타넨씨는 “혼농임업을 직접 하는 사람으로서, 또 산림분야 연구원으로서 혼농임업의 지속가능성을 현장에서 분석 및 연구하고 있다”며 “혼농임업 현장은 각 구역별로 보존보호림 구역, 가축을 사육하는 구역, 제재목과 펄프재 등 공급을 위한 구역 등 각 구역마다 기능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산주로서 여러 가지 상황을 챙겨야해 매우 바쁘다”며 “대학을 졸업한 2004년에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부친이 일궈온 농장을 물려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혼농임업 운영에 있어 각 구역에 시기별 간벌 등 여러가지 해야할 일들이 정말 많다. 핀란드 정부는 물론 유럽연합(EU)차원의 기준을 준수하면서 혼농임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혼농임업 현장에는 소나무와 자작나무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있고, 각 구역 나무들의 수령은 40년에서 60년 이상이다. 그는 “제재목과 펄프재 공급을 위한 일부 구역은 산림 분야 기업과 직접 협상을 통해 나무를 제공하고 있다”며 “협상이 잘 이뤄지면 해당 기업이 나무를 베어간다. 또, 나무 공급에 대해 기업으로부터 받는 수입이 상당하다. 핀란드인들에게 숲은 경제적 효과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 산림기업이 안띠 무타넨 씨의 산에 심어진 나무들을 매분기마다 대량으로 베어가는데 임목가격이 그대로 적용돼 그는 1년에 2만5000유로(한화 약 4000여만원) 이상의 수입을 얻고 있다. 안띠 무타넨씨는 “산림소유주는 온라인을 통해 소유하고 있는 산에 대한 전체적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력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핀란드 지자체와 정부, 산림분야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산에 대한 관리 등 숲의 경제적 기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면서 “생태복원과 자연보호까지 함께 이뤄지면서 기후위기 시대, 핀란드의 혼농임업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혼농임업 현장을 둘러본 후, 레타 레흐티넨(Reeta Lehtinen)씨의 산을 찾았다. 레타 레흐티넨씨는 여성임업인으로, 7대 임업인이다. 레타 레흐티넨씨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산이 직장이다. 매일 수차례 산을 오르내리며 곡물 경작은 물론 간벌 상황 체크, 산에서 나오는 베리류 채취, 산림 기업에 나무 공급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레타 레흐티넨씨 소유의 산 곳곳에는 임도가 나있었다. ‘관청에 임도 허가를 받은 것이냐’고 묻자 그는 “허가를 왜 받나요. 내 산에 임도를 내는데 별도의 허가는 필요없다”며 “산림소유주의 고유권한이 관청에 의해 침해받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에 대한 임도 개설 등은 산림소유주 고유의 권한이 아닌 지자체에 신고를 통한 허가로 이뤄지고 허가를 받기까지 적지않은 규제가 있다는 점에서 임업선진국 핀란드 산림소유주의 권한은 자율성이 크게 부여됐고, 산림 행정은 유연했다. 임도는 임산물을 나르거나 산림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로 산불 발생시 산불확산을 저지하는 방화선 역할도 한다. 핀란드인이 소유한 산은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숲과 함께 인생을 향유하는 핀란드인들의 특성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숲에 대한 의미를 묻자 레타 레흐티넨씨는 “제 일상의 공간, 그리고 경제적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북카렐리아 요엔수/박지은 기자
[이 기사는 ‘2025 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을 지원받았습니다]
#혼농임업 #핀란드 #요엔수 #경제적 #기후위기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해서 참치 무더기로 잡히는데 어민들은 울상?
- 약 120년 만에 가장 뜨거운 7월 상순…서울 37.7도, 전국 신기록 속출
- 여름 불청객 러브버그, “퇴치” vs “익충” 갑론을박
- 집나간 ‘금징어’ 돌아왔다…동해안 별미 오징어 풍년
- 10년간 누워 지내온 11세 어린이, 3명에 새 삶 선물
- ‘바다의 로또’ 참다랑어 최북단 고성서 무더기로 또 잡혀
- “45년 전 바다 속에 잠든 17명 승조원 흔적이라도 찾길”
- 전기차 배터리 손상 ‘이것’ 주의하세요
- ‘BTS 완전체 컴백’ 외신 주목…병역 제도 차별점 조명도
- 꿈 속 노인 지시 따라 산에 갔더니 '산삼 11뿌리' 횡재… "심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