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진주예찬 시조선집 ‘남강 물빛 속에는’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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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서 마산, 서울을 거쳐 결혼과 함께 진주에 정착해 아름다운 남강 변에서 살아온 지 어느덧 72년.
아흔의 원로 시조 시인이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삶의 터전 진주를 예찬한 노래를 모은 시조 선집을 펴냈다.
진주 새벼리에 자리 잡은 ㈔한국시조문학관 관장이자 단시조연대동인 대표, 한국문협 홍보위원,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김정희 시조 시인의 신간 '남강 물빛 속에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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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서 마산, 서울을 거쳐 결혼과 함께 진주에 정착해 아름다운 남강 변에서 살아온 지 어느덧 72년. 아흔의 원로 시조 시인이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삶의 터전 진주를 예찬한 노래를 모은 시조 선집을 펴냈다.
진주 새벼리에 자리 잡은 ㈔한국시조문학관 관장이자 단시조연대동인 대표, 한국문협 홍보위원,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김정희 시조 시인의 신간 '남강 물빛 속에는'이다.
김정희 시인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난 부친과 이별하고, 모친과 귀국해 마산에서 성장했다. 1950년 숙명여대 국문학과에 입학해 서울로 떠났으나 6·25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당시 진주농고에서 교편을 잡았던 배우자와 결혼해 진주에 터를 잡았다.
전쟁과 가정 일 등으로 멀어졌던 문학에 다시 마음을 쏟기 시작한 것은 1970년. 4년 만인 1974년 첫 시조집 '소심'을 내고 1975년 시조문학에 작품 '화도'로 리태극·이영도·정완영 시조시인 추천 완료로 등단했다. 활발한 문단 활동으로 한국시조문학상(1988)·성파시조문학상(1993)·허난설헌 문학상(2000)·올해의시조문학 작품상(2004)·경남시조문학상(2006)·월하시조문학상(2009)·고산 윤선도문학대상(2017)·한국문학상(2021) 등 다수의 문학상을 석권했다.
그의 17번째 시조집 '남강 물빛 속에는'에는 진주에 대한 애정이 깊게 스며있다.
"그 약속 잊지 않고 돌아온 화공들이/ 채색을 하느라고 붓놀림이 바쁘다/ 밤사이 그린 수채화 꽃대궐이 열두 채// 그 약속 지키느라 돌아온 악사들도/ 이쪽저쪽 숲속에서 고운 목청 견준다/ 문학관 능수 벚꽃도 들썩이는 어깨춤."(시조 '새벼리의 봄')
시인은 유럽 방문 당시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풍광으로 소문난 곳을 보면서도 '우리 고장' 진주의 아름다움에 긍지를 느꼈다.
스위스의 레만 호수는 눈 덮인 먼 산의 설경만 아름다웠을 뿐 진양호만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파리의 센강도 사람이 만든 조각품 장식만 아름다울 뿐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은 남강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책은 크게 △1부 진주 예찬 △2부 비봉산의 아침 △3부 진주의 노래 △4부 사랑하는 꽃을 위하여 △5부 시절 노래 등 5부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2023년 6월 경남일보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에 연재된 김정희 시조 시인 평설을 비롯해 △시인의 말 △김복근 축시 '겨울 남강' △연보 등이 담겼다.
책에는 진주성 촉석루나 남강 의암 등 진주 8경을 비롯해 강상호·설창수·박생광·정명수·이성자·김석연 등 진주의 인물을 소재로 한 시조가 다양하게 수록됐다.
"동트는 새벽 물소리 새벼리 가면 들린다/ 칠흑 같은 어둠 헤치며 월아산 해 떠오르듯/ 생명의 존엄을 밝혀/ 무명 깨친 목소리.// 얼붙은 얼음장에 봄 햇살이 닿았어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새날이 밝아 온다'/ 샛바람, 벼랑을 감돌며/ 새 역사를 세우려는데…//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천석꾼 다 흩고서 빈 몸으로 남긴 말씀/ 의암을 감도는 물처럼/ 수평을 염원했다.// 대물림 칼잡이가 패랭이 쓰던 1923년/ 형평 저울 높이 들고 만인 평등 부르짖던 님/ 갓 쓴 이, 패랭이 쓴 이는/ 한 무게라 외쳤다."(강상호 소재 시조 '새벽 물소리')
시조집에는 우리의 전승 문학인 시조를 사랑하며 50년간을 살아온 삶의 궤적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진주시민의 노래', '꽃샘바람', '방하착', '꿈꾸는 금호' 등 노래로 만들어진 그의 시조나 초기의 국립진주박물관이나 진주시청 앞 농민 시위 현장, 연지사 종 등을 소재로 한 시조도 눈에 띈다.
김 시인은 "어떠한 명소보다 아름답고 유려한 남강의 강둑에서 살아온 은총에 감격하면서 지은 노래를 모았다"며 "산자수명한 진주의 지령(땅의 신령스러운 기운)과 진주를 사랑하는 모든 인연 깊은 분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는 심정으로 한 권의 책을 바친다"고 전했다.
경남, 136쪽, 1만 2000원.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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