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광주전남문인화협회전

광주일보 2025. 7. 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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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소치, 의재.

광주·전남은 문인화(文人畵)의 고장이다.

지난 1992년 창립한 광주·전남문인화협회는 문인화 발전과 정통성을 견지하기 위해 창립됐다.

광주·전남문인화협회(회장 정재경)가 제32회 문인화협회전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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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까지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148명 참여…문인화 화맥 계승
선비정신·자연 등 조화롭게 담아
선과 여백의 화풍이 전하는 ‘비움의 미학’
옥포 이용선 작 ‘자연의 소리’
금봉 박행보 작 ‘고요한 뜰’
고헌 조창현 작 ‘靜(정)’
멱당 한상운 작 ‘부활’

추사, 소치, 의재.

광주·전남은 문인화(文人畵)의 고장이다. 추사로부터 소치, 의재 등으로 이어지는 전통이 살아 있다.

문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의 ‘문인화’는 선비정신, 자연 등을 조화롭게 화폭에 담아낸 그림이다. 그림 너머에는 동양적 사유와 정신 등이 투영돼 있다. 시와 글씨, 그림, 정신을 아우르는 게 문인화의 핵심이다.

지난 1992년 창립한 광주·전남문인화협회는 문인화 발전과 정통성을 견지하기 위해 창립됐다. 초대 이사장은 금봉 박행보였다. 첫 전시를 남도예술관에서 열었으며 참여 작가가 98명이었다. 당시 참여 작가 자격은 저명한 공모전 3회 이상 경력을 갖춰야 했다.

광주·전남문인화협회(회장 정재경)가 제32회 문인화협회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개막해 오는 16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 주제는 ‘덜고 줄이고’.

주제는 오늘의 시대에 전하는 ‘고언’처럼 들린다. 고도로 발달한 물질문명의 자본주의 사회는 내면의 공허, 정신적 빈곤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덜고 줄이고’의 삶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예술로나마 그 정신을 사유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다.

전시에는 148명 회원 작품 148점이 출품됐다. 각각의 작품은 다채로운 문인화의 세계를 보여줄 뿐 아니라 비움의 미학과 자연과의 교감 등을 환기한다.

최근 취임한 신임 정재경 이사장은 “문인화는 단순한 선과 여백으로 내면은 물론 자연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번 148명 회원들이 참여한 전시를 매개로 광주·전남문인협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금봉 박행보 화백의 ‘고요한 뜰’은 봄이 깃든 마당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노란 병아리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꽃잎들이 분분이 날리는 장면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적요한 뜰에 펼쳐진 풍경은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를 저만치 밀어낸다.

이용선 전 이사장의 ‘자연의 소리’는 가을의 한 장면을 활달한 필치로 구현했다. 이 작가는 ‘가을바람에 물가의 게들도 활기차구나’라는 문장으로 가을의 서정과 서경을 표현했다. 무더운 여름이 물러나면 그림 속 풍경이 우리들 곁으로 다가올 날이 멀지 않은 느낌이다.

‘청풍만죽림’(淸風滿竹林)이라는 정재경 이사장의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대나무숲에 가득 들어찬 푸른바람 소리가 “쏴아”하고 들려올 듯하다. 선과 먹의 농담이 전하는 여백 사이로 담백하면서도 호방한 기운이 배어나온다.

이밖에 우송 김영삼의 ‘겨울 그 끝자락’, 멱당 한상운의 ‘부활’, 하당 조재환의 ‘玉龍里의 가을’, 고헌 조창현의 ‘정’(靜) 등 회원들의 각양각색의 작품에서도 문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초대와 2대 이사장을 역임한 박행보 화백은 격려시에서 “가믈거리는/ 아득한 바다를 향한/ 進水式(진수식)/ 순풍에 돛을 올리니/ 기나긴 33년의 여정/ 큰 파고나 암초도 없어/ 청풍명월 벗삼아/ 선유(船遊)를 한다”고 표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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