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코스피 5000을 위하여[이윤학의 삼코노미]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025. 7. 8. 20: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츠비는 푸른 불빛을 믿었다. 그 불빛은 해마다 우리 앞에서 멀어지는, 황홀한 미래였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문장이다. 개츠비는 현실보다 이상을 좇았다. 그러나 허술한 시스템 위에 세운 꿈은 끝내 무너진다.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도 ‘멀어지는 황홀한 미래’를 좇으며 왔다.

외형은 화려하다. 시가총액 세계 10위권, 반도체와 배터리, 방산, 바이오로 상징되는 기술 경쟁력, 부지런한 기업들. 하지만 시장은 묻는다. “왜 아직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인가?”

한국 기업들 주가에 대한 총체적인 밸류에이션은 실로 처참한 수준이다. 2025년 6월 기준으로 MSCI 코리아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6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3배로, 미국 S&P500의 PER 26.1배, PBR 5.02배에 한참 못 미친다. 일본의 PER 17.2배, PBR 1.4배, 대만의 PER 21.3배, PBR 2.49배와 비교하여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저평가이다.

숫자가 말해준다. 한국은 본질적인 가치보다 확실히 저평가되어 있다. 사실 그 원인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먼저 지배구조의 문제이다. 한국의 재벌 총수 일가는 8~10%의 직접지분만으로 3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복잡한 순환출자, 우호지분, 피라미드 구조로 소액주주의 이익과 목소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주주환원 정책의 부족이다. 한국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활발하지만, 소각은 드물다. 배당 역시 인색하다. 한국의 배당성향이 23%에 불과한 데 비해 일본은 36%, 대만도 50%가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4.9%보다도 크게 낮다. 자본은 정체되어선 안 된다. 순환하지 않는 자본은 정체되고, 이는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 주주에게 인색한 시장은 결국 투자자에게 외면받는다.

셋째, 공매도 제도다. 올해 3월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감지하는 중앙점검시스템(NSDS)이 도입되었지만,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과 정보의 투명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넷째, 금융 인프라다. 한국 원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로컬 통화’로 취급받고, 오프쇼어(역외) 외환시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외국인 투자자의 계좌 개설 절차는 복잡하고, 커스터디(수탁) 시장도 폐쇄적이다. 이 모든 요소가 외국 자본의 유입을 가로막는다. 마지막으로 기업문화다.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수직적이고 폐쇄적이다. 혁신과 투명성보다 위계와 내부 보고 중심이다. 투자자는 숫자뿐 아니라 기업의 태도, 커뮤니케이션, 지배구조를 종합적으로 본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중요해진 시대다.

그렇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전자투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강화하며,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주주환원에 대한 유인 설계가 필요하다.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는 기업에는 배당소득세 감면 혜택을, 일정 배당률 이상 기업엔 법인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자. 이번에 통과된 개정상법에서 이사충실의무를 회사 및 주주로 강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 시 3% 룰 도입 등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진일보된 조치이다.

공매도 제도의 공정성 확보와 외환시장 인프라 개선도 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문화 혁신이 중요하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연공서열 중심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 기업은 조직이 아니라 플랫폼이어야 한다. 시장은 재무제표와 함께 기업의 태도를 읽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푸른 불빛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르다. ‘코스피 5000’은 이상이 아니라 도달 가능한 목표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을 움직인 게 아니라, 시선을 바꿨다. 진실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인정받기까진 100년이 걸렸다. 한국 자본시장도 제도와 문화가 바뀌면, 시장은 응답할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외형만 화려한 시장이 아니라 본질이 단단한 자본시장. ‘위대한 코스피 5000’은 숫자가 아니라 현실이며 미래이다. 이제는 방향을 바꿀 시간이다.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