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맨홀 사고’… 공공분야 전수조사로 비극 막아야

김성호 2025. 7. 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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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잠재적 위험성 실태조차 몰라
사고 이후에나 불합리 구조 확인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 예방 필요

김성훈 인천환경공단 이사장이 8일 오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계양구 차집관로 GIS(지리정보시스템) 구축용역 맨홀사고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5.7.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계양맨홀사고’는 공공부문이 초래한 ‘위험의 외주화’ 사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공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업무에 투입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을 이유로 수많은 공공업무를 민간에 맡기고 있다. 이들 업무 중에는 이번 사고처럼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인천시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외부에 맡기는 용역이나 공사 등을 전수조사해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인천환경공단에 따르면 인천계양맨홀사고 사망 노동자는 3단계의 하도급을 거친 ‘재재하청’ 소속 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3시께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인천 계양 맨홀 사고 브리핑’에서 김성훈 인천환경공단 이사장은 “용역 발주처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하도급 관계에 대해 알지 못했고, 계약상 ‘하도급 금지’ 의무를 위반한 용역 업체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인천환경공단이 발주한 ‘차집관로(오수관) GIS(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 구축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공단은 한국케이지티콘설턴트와 지난 4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국케이지티콘설턴트는 제이테크에 하도급을 줬고, 제이테크는 LS산업에 재하도급을 맡겼다. LS산업은 또다시 가온에 재재하도급을 줬다. 사망한 김씨는 가온 소속, 중상을 입은 이씨는 LS산업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하도급 계약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인천환경공단이 용역 업체와 계약 당시 작성한 과업 지시서에는 ‘발주처 동의 없는 하도급을 금하고 허가없는 하도급으로 사업의 부실이 생기면 어떠한 제재도 감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계약에는 하도급 금지와 더불어 지하시설물 탐사 전 발주처의 ‘사전 승인’을 득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으나, 용역업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7일 인천시 계양구 맨홀 안 작업 중 실종된 구조자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인 소방당국이 굴포하수처리장에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2025.07.07 /인천소방본부제공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현장 안전 관리가 미비했는지,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령 위반이 있었는지 조사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인천시 산하 사업소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6개 지하철공사 현장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시도시철도건설본부는 오는 11일부터 18일까지 6개 공구에 대한 전문가 현장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며, 인천시종합건설본부도 공사 현장에 안전 관리를 평소보다 강화하고 있다.

이번 맨홀 사고는 중대재해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인천시가 민간에 맡기고 있는 용역 가운데, 이러한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사전에 파악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용역이나 공사 등의 현황을 별도로 집계해 파악하지 않고 있다. 파악하기 힘든 구조다. 용역 발주를 한 부서에서 하는 게 아니라 각 기관마다 부서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매번 이 같은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불합리한 구조가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역할을 타 기업으로 외주화하는 경영기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사회 전반으로 하청이 확대됨에 따라 업무상 위험이 하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 가운데 하청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높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노동자 김용균의 사망사고와 올해 같은 곳에서 발생한 김충현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모두 하청 구조에서 발생했다.

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은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는 이런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공의 대표격인 인천시가 발주하는 용역·공사를 전수조사해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송윤지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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