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개발 앞둔 인천 동구 송현자유시장, 곳곳에 '영업 종료' 문구…상인들은 “시원섭섭”
2023년 공영 개발 전환 후 보상 절차
“가게 접고 떠날 생각을 하니 아쉬워”

"정든 곳을 떠나려고 하니 아무래도 시원섭섭하죠."
8일 오전 9시쯤 인천 동구 송현자유시장. '수입 상품 전문'이라고 표시된 간판을 단 상점들은 대부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몇몇 상점에 붙은 종이에는 '영업 종료 가게 이전'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나마 문을 연 상점들도 눈에 띄었지만 진열대에는 물건이 거의 없었다.
30년간 송현자유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박모(75·여)씨는 "이달 말까지 가게를 비워주기로 해서 수입 상품을 더 이상 진열하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개발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왔고 매번 무산됐는데 이번에 보상까지 신속히 이뤄져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다. 다만 가게를 접고 이곳에서 떠날 생각을 하니 아쉬움도 든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iH)가 추진하는 '동인천역 일대 복합개발사업'의 첫 단추인 보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기준 송현자유시장 상인 201명 중 152명(75.6%)에 대한 보상이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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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시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1970~1980년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품을 판매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점차 사람들 발길이 줄어들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시는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2007년부터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통해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사업성 부족 등으로 수차례 무산됐다.
이후 시는 2023년 지방공기업인 iH를 사업 시행자로 참여시켜 동인천역 일대 개발 사업을 공영 개발 방식으로 전환했다.
고대하던 보상비를 손에 쥔 상인들은 줄곧 무산돼온 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니 후련하면서도 삶의 터전인 시장을 떠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입을 모은다.
40년간 수선집을 운영해온 추모(67·여)씨는 "청춘을 이곳에서 다 바쳤는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괜히 섭섭하다"며 "아직 일을 더 할 수 있는 나이지만 밖에서 새롭게 가게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아예 장사를 접을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수입 화장품을 판매하는 이모(80·여)씨는 "옆 가게는 지난 5월 물건을 처리하고 가게를 뺐다"라며 "우리가 취급하는 품목은 화장품이다 보니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도 한가득 물건이 남아 있다. 원래 이달까지 문을 닫기로 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전체 사업 구역 중 송현자유시장 노후화가 심해 안전 문제상 올해 안으로 보상 절차를 마치고 철거를 진행하려 한다"며 "동인천역 일대 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남은 행정 절차도 차근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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