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가정폭력 참극’ 겁 난다던 피해자였는데 불안 호소 문항에 ‘아니오’

정선아 2025. 7. 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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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사흘 전… 삼산서 위험도 판단 고작 2점

위급상황 판별 지침 기준 3점 미달
‘보호 공백’ 생기고 제때 대처 못해
용혜인 의원 ‘매뉴얼 재점검’ 촉구

‘부평 가정폭력 살인’ 사건의 피해 여성이 접근금지 명령이 풀린 남편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기까지 1주일간 경찰의 아무런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이유가 마침내 밝혀졌다.

경찰이 사건 발생 사흘 전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아내의 다급한 신고를 받고도 그가 처한 위험도를 10점 만점에 ‘2점’으로 대수롭지 않게 판단하면서 피해자 긴급 보호 조치 관련 지침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불안을 강하게 호소…’ 문항에 경찰은 ‘아니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인천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60대 남성 A씨가 아내 B씨를 살해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6일 오후 8시12분께 B씨는 “외출한 사이에 (접근금지 명령이 끝난) 남편이 집에 찾아왔다고 옆집 아주머니에게 연락이 왔다”며 “남편 때문에 겁이 나서 집에 못 가고 동생 집에 있다. 도와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삼산경찰서 측은 ‘긴급 임시조치 판단조사표’ 중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불안을 강하게 호소함’이라는 평가 문항에 터무니 없게도 ‘아니오’라고 체크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작성되는 ‘긴급 임시조치 판단조사표’는 법원의 결정 없이 경찰이 곧바로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해 접근·연락 금지 등을 조치해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인지 판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경찰은 총 10개 평가 문항 중 3개 문항 이상 ‘예’라고 체크(1개 문항당 1점, 3점 이상)가 되면, 현장에서 즉시 긴급 임시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삼산서 측은 ‘가해자가 평소에 거친 언행, 잦은 싸움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임’, ‘가해자가 이전에도 관계성 범죄(가정폭력 등)로 신고당한 적이 있음’이라는 2개 문항에만 ‘예’라고 체크했다. 이를 토대로 보호 조치 필요성이 ‘2점’이라고 기록, 아내에게 긴급 임시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 표 참조


긴급 임시조치는 가정폭력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고,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기다리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의 경우 경찰이 접근·연락 금지 등을 조치할 수 있는 제도다.

■ ‘가해자가 피해자 탓으로 돌리며 정당화하느냐’ 문항에도 경찰은 ‘아니오’

A씨는 지난해 12월17일 벌인 흉기 난동에 대해 아내 탓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내를 살해해 체포된 그는 지난달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전 “접근금지 끝났는데, 내 집인데, 내가 들어가야지 내가 어디 가서 사느냐”고 취재진을 향해 따지듯 말했다. 이어 “나는 잘했다고 여긴다”고도 했다.

경인일보가 최근 보도한 A씨와 아들의 지난달 16일 통화 녹취 파일에서도 A씨는 “그게 내 잘못이냐. (아내 B씨가) 밤 10시 넘어 시끄럽게 해 싫어서 했다. 왜 너네 엄마가 그 일을 조성했냐”고 했다. 당시 A씨 옆에는 삼산서 관계자가 함께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다.(6월26일자 6면 보도)

그런데도 삼산서 측은 조사표에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며 정당화함’이라는 문항에 ‘아니오’라고 체크했다.

경찰이 당시 피해자의 위급한 상황을 안일하게 여기고 긴급 임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접근 금지 등 가·피해자 분리 조치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 삼산서 측은 피해자 보호 조치와 관련된 규정이나 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해왔다.

용혜인 의원은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호소했음에도 경찰이 친밀한 관계 폭력의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피해자가 제때 보호받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인천경찰청과 삼산경찰서에 대한 철저한 감찰과 함께 담당 경찰관들의 인사 조치에 나서고, 기존 가정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선아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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