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행복의 조건- 강희정(편집부장)

강희정 2025. 7. 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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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1989년 개봉된 영화 제목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소용 없었다.

성공은 성적 순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시가 주변에 널렸으니 말이다.

또한 "30살이 돼도 부의 계층 이동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고, 성적이 높을수록 상위 계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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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1989년 개봉된 영화 제목이다. 입시 문제로 고민하는 10대의 삶을 그려낸 작품으로 내용보다 제목이 유독 각인돼 있다. 영화는 학벌주의가 극으로 치닫던 1990년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소용 없었다. 성공은 성적 순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시가 주변에 널렸으니 말이다.

▼이제 ‘행복은 재산 순’이 된 듯하다. 열심히 공부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얻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렵다. 수년간 착실히 청약통장에 돈을 부어도 매번 물 먹기 일쑤다. 회사 N년차 짬밥으로 시도한 갭투자마저도 제동이 걸린다. 나이 먹는 만큼 씀씀이는 커지고 돈 나갈 구멍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짧은 지식으로 투자한 주식은 야금야금 녹아내린다. 반면 금수저 태생들은 부모의 내리사랑 ‘돈’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산다.

▼최근 한 조사에서 한국 10대 청소년의 행복 조건 1위는 재산(52%)이었다. 그 뒤를 부모, 친구, 쉼 등이 이었다. 또한 “30살이 돼도 부의 계층 이동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고, 성적이 높을수록 상위 계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반면 성적이 낮은 그룹은 현재 경제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현재의 가정경제 수준과 학업성적이 미래의 경제적 지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었다.

▼성공은 돈으로, 안정은 집과 직장으로, 자존감은 성적으로 매겨지는 시대다. 그 속에서 사람의 온기나 관계의 힘,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은 늘 다음 혹은 성공 이후로 밀려난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꿈이나 마음보다 물질을 먼저 챙기게 된 것 아닐까. 경제적 현실을 부정하지 않되 ‘진짜 행복이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재산보다 관계를, 성공보다 의미를 먼저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강희정(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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