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의 외주화’가 초래한 인천 맨홀 사망사고

찜통더위 속에 인천지역 한 맨홀 안에서 작업 중이던 2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졌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재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밝혀지면서 노동계 등은 ‘위험의 외주화’가 불러온 사고로 보고 있다.
인천 계양구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작업하다 실종된 김모(52)씨가 지난 7일 오전 10시 40분께 경기 부천시 굴포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숨진 채 소방당국에 발견됐다. 전날 오전 9시 48분께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이모(48)씨는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씨의 시신을 부검해 가스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했다. 앞서 소방당국은 사고가 난 맨홀 내부에서 유독가스인 황화수소와 일산화탄소 등을 확인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맨홀, 탱크, 하수관, 정화조 등 밀폐공간 작업 시 ‘관계 근로자 외 출입금지’ 표시, 작업 전 가스농도 측정, 환기, 보호구 지급 등을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과 소방당국은 숨진 김씨가 산소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으며, 사고 현장에서 작업 전 가스농도 측정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를 당한 김씨 등은 이른바 재하청업체 소속이다. 인천환경공단이 지난 4월 발주한 ‘차집관로 GIS(지리정보시스템) DB(데이터베이스) 구축’ 용역을 수주한 A업체는 B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B업체와 또다시 하도급 계약을 맺은 C업체 소속이다. 인천환경공단이 과업지시서에서 금지한 발주처의 동의 없는 하도급이 이뤄진 것이다.
노동당국은 해당 도급 관계 업체들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발주처인 인천환경공단의 관리 책임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유독가스 등에 의한 질식사고는 안전 취약 사업장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2015~2024년) 전국 밀폐공간(맨홀 등) 질식사고로 298명이 산업재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126명(42.3%)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 40명(31.7%)은 여름철인 6∼8월에 사고를 당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일터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가 범정부 차원으로 시급히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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