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인생은 시간이 아닌 방향

“저는 항상 될 거라고 믿었어요. 단지 시간의 문제였죠.”
포뮬러 원(F1) 데뷔 15년 차인 독일 드라이버 니코 휠켄베르크. ‘꾸준함’이 큰 강점인 그는 3위 이상의 성적으로 시상대에서 트로피를 받는 ‘포디움’에 한번 오르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었다.
지난 7일 경기에서 3위의 성적으로 239번의 경주, 5천593일 만에 포디움에 오른 그는 “언빌리버블”이라는 감탄 대신 묵묵히 “해냈다”는 소감을 연거푸 내뱉었다.
현재 최하위권 팀에 소속돼 말 그대로 기적이 일어나야 목표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 믿음이 그를 15년간 지지한 셈이다.
대한민국의 손흥민 선수도 5월 프로 데뷔 후 처음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올렸다. 공교롭게 그가 걸린 시간 역시 15년.
그는 팀의 주장으로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이뤄냈지만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 FC는 리그에서 17위인 상태였다.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고 그는 부상도 입은 상태였다. 우승 직전까지 수많은 조롱 섞인 비판도 들어 왔다. 그 끝에 “나의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는 소감을 남기며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에게 축구 팬들은 ‘레전드’라는 수식어를 주저 없이 붙이게 됐다.
현시대의 사회가 시시각각 변화하며 단기적인 성과에 몰두하는 분위기가 팽창하고 있다.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미련함’이라는 수식어로 밀어붙이는 사회가 형성된 셈이다.
꿈이라는 단어가 이상이 된 세상 속에서 꿈을 이룬 자들은 결과로 증명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사실을, 꿈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하찮고 부질없는 일이라는 남의 비판에도 15년이라는 소신을 견지하고 걸어갈 때, 결실을 실제로 낼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줬다.
/고건 사회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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