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고교학점제

강희 2025. 7. 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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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입시제도가 발표될 때마다 교실은 대혼란이다. 대학별 고사(1964~1968), 예비고사(1969~1981), 학력고사(1982~1993), 수능(1994~2027)에 이어 오는 2028년 수능 개편을 앞두고 있다. 내신 100%, 수능 100%, 내신+수능 최저치, 내신+생활기록부, 대학별 고사·논술·심층 면접 추가 반영 등등. 대학별 수시·정시 선발 방식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학생들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내신 관리와 생기부 스펙쌓기에 수능공부까지 입시지옥은 점점 가혹하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추가됐다. 기존 학년별 진급 기준(수업일수의 3분의2 충족)에 3년간 192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지향한다. 공부에 대한 흥미와 학습 동기를 높인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고교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 고1 때부터 진로를 정하고 전체 과목을 살펴 설계해야 입시에 유리하다. 중간에 꿈이 바뀌면 낭패다. 과목에 꿈을 끼워 맞출 판이다. 학부모들도 덩달아 불안하다. 사교육의 고가 입시컨설팅은 어김없이 틈새를 파고든다.

학생들은 과목 선택 눈치작전도 펼쳐야 한다. 학생 수가 적으면 그만큼 1등급 경쟁은 치열해진다. 대부분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내신이 상대평가인 나라는 OECD에서 한국밖에 없다. 흥미 있는 과목도 인원이 적으면 포기하게 된다.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뀐 건 함정이다. 1등급은 10%, 2등급은 34%가 커트라인이 된다. 11%도 34%도 똑같은 2등급이다. 등급 내 간극이 커질수록 변별력은 줄어든다. 변별력이 줄면 대학마다 학력 평가의 관문을 강화하게 된다.

“수능에만 올인하려고 자퇴했습니다.” “최소 학업성취율도 부담스럽고 차라리 검정고시 보려고요.” 고교학점제 도입 첫 학기부터 ‘전략적 자퇴생’이 늘고 있다. 쏟아지는 수행평가와 내신 경쟁 대신 ‘정시 직행’을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내 한 고교는 두 달 만에 25명이나 자퇴 신청서를 냈다. 대학은 자유전공·무전공이 대세인데, 고등학교는 역주행 중이다. 입시지옥에서 전인교육은 허상에 불과하다. 교육 정책은 꿈과 이상이 아닌, 현장의 눈높이로 설계돼야 한다. 학생들은 변덕스러운 교육제도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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