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선 전 인권위원, 간리에 ‘인권위 반박’ 의견서 제출

남규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 상임위원이 한국의 인권위를 특별심사 중인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승인소위 사무국(SCA)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가 지난달 1일 간리에 제출한 특별심사 답변서 내용에 대한 반박문 성격이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남 전 상임위원은 2021년 8월6일부터 올해 5월19일까지 3년9개월간 인권위에 재직하며 안창호 위원장,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과 함께 활동했다. 각 국가 인권기구의 등급을 결정하는 간리는 국내 인권 시민사회단체 요청에 따라 지난 3월 한국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개시한 바 있다.
남규선 전 상임위원은 8일 한겨레에 “인권위가 독립성을 훼손당하던 기간 내내 재임한 상임위원으로서 그 시기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7일 간리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남 전 위원은 애초 간리 승인소위가 특별심사와 관련해 정보를 요청한 11개 사항 중 8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영문으로 제출했다. 여기에는 △인권옹호자들과 군인권보호총괄과장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 관련 정보 △장기간 회의 미개최로 인한 진정 사건 처리 지연 △직원에 대한 불이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권위의 노력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대응 등에 대한 의견이 담겼다.
의견서를 보면 남규선 전 상임위원은 ‘김용원 상임위원에 의한 인권위 직원에 대한 불이익 사건’에 대해 2023년 8~12월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 개최를 거부하며 간부들에 대한 인사 조처를 요구한 일을 비롯한 8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인권위는 이에 대해 대응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또 “이충상 전 상임위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감사’ 이후 개선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안창호 위원장은 ‘폭언 재발 방지’ 안건 상정과 관련해 (김용원 인권위원 등의) 폭언 원인을 자료 외부유출로 몰았다”고 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뒤 인권위 대응과 관련해 “인권기구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도리어 계엄 선포한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를 해 독립기구로서의 본분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며 다수 위원이 비상계엄을 합리화한 부분에 대한 문제 지적에 가장 긴 분량을 할애했다.
앞서 간리 승인소위는 국내 인권시민사회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3월 한국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개시했다. 인권위는 간리 승인소위 사무국 요청에 따라 11개 정보에 관해 전원위 의결을 거쳐 지난달 1일 답변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인권위 쪽 답변에 대해선 인권위 안팎에서 “인권위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은 편파적 기술”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2024년 6월 다수파 위원들이 전원위원회를 보이콧한 데 대한 성찰이 들어가지 않았고, 김용원 상임위원이 유가족들을 수사 의뢰하기까지의 과정과 윤 일병 유족의 입장도 빠졌다는 비판이다. 인권위 쪽 답변은 계엄 선포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주문을 담은 결정을 했다”는 내용만 적었다.
이에 대해 남규선 전 상임위원은 “재임 시절 간리 특별심사 답변서 작성과 관련 ‘당장 빠져나가려고만 하지 말고 위원과 외부 인사 등으로 티에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이지 않고 직원들로만 티에프를 구성해 형식적인 답변서를 냈다”고 비판하며 “인권위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간리 승인소위 절차규칙에 따라 간리는 남 전 상임위원의 의견서를 접수한 뒤 인권위에 이에 관한 답변서를 요청할 수 있다. 간리는 인권위가 보내온 답변서와 남 전 위원 등의 의견서 등을 종합 반영해 요약본을 만들어 본격 심의를 위한 사전 질의서를 인권위에 보내게 된다. 간리 승인소위는 특별심사를 위한 등급 조정을 위한 회의를 오는 10월 말께 개최할 예정인데, 이때 인권위 관계자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면 심의를 받는다. 인권위가 특별심사를 통해 기존의 에이(A) 등급을 유지할지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을지 비(B)등급으로 강등될지는 이 심의 직후 결정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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