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와상장애인 이동 지원…누운 채 병원까지, 구급차 탑승 문턱 낮췄다
고가의 사설 구급차는 '노'
민간 업체 지원 연계…경제 부담 완화
연말까지 시범… 이용 횟수는 월 2회
전날 사전 예약제·수도권 전역 운행
무리한 택시 탑승 이젠 '끝'
간이침대 특별 교통수단 기준 포함
법령 개정 거쳐 인천서 제도적 결실
단순 행정 아닌 인권 기반 정책 평가

평등권 침해 문제로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와상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법령 개정을 거쳐 인천에서 제도적 결실을 이룬다. 특수차량이 상용화하기 전까지 인천시가 민간 구급차를 활용해 와상장애인 의료 접근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이동 지원에 나선다.
시는 와상장애인을 위한 병원 이동 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와상장애인은 스스로 앉기 어렵고, 독립적으로 앉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을 일컫는다. 지난달 30일부터 시범 운영된 이동 지원 사업은 와상장애인이 진료나 재활을 위해 병원을 갈 때 민간 구급차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시 택시운수과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와상장애인 건강권과 의료 접근성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와상장애인의 안전한 병원 이동은 물론,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간 구급차 연계, 수도권 전역 이동
올해 말까지 시범 운영하는 와상장애인 이동 지원 사업은 인천에 거주하면서 진단서를 통해 와상장애로 인정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시는 구급차 22대를 보유한 3개 민간 구급 업체와 이동 지원을 연계한다.
와상장애인이 진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할 때 민간 구급차가 이동을 돕는 방식이다.
시범 운영 기간에 인천 와상장애인은 민간 구급차를 통해 인천 전역과 서울·경기지역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구급차에는 안전 교육을 이수한 운전원과 동승 지원 인력이 배치된다.
차량 운행 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이동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전날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인천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콜센터(1577-0320)에 예약해야 한다.
와상장애인 이동 지원 시범 사업은 인천교통공사가 주관한다. 이동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에 와상장애 증빙서류를 제출해 등록하면 된다.
다만 시범 운영 기간 이용 횟수는 월 2회(편도)로 제한된다. 회당 이용 요금은 5000원이다. 10㎞ 초과 운행에는 1㎞당 1300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휠체어 중심 특수차량 '헌법 불합치'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와상장애인은 병원 진료와 재활 등 정기적 의료 서비스 이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존 교통약자 특별 교통수단이나 바우처 택시로는 누운 자세로 탑승이 불가능해 이동권과 의료 접근권 보장에 공백이 있었다.
그동안 와상장애인은 병원을 이용할 때마다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반 택시에 무리하게 탑승하거나 고가의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했다. 이동권과 건강권 침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배경이다.
2019년에는 교통약자 특별 교통수단이 표준 휠체어 사용자만을 기준으로 설계돼 침대형 설비가 필요한 와상장애인 이용이 배제된 건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재는 2023년 5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서 표준 휠체어 중심 탑승 설비 기준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7월 한국인권진흥원은 전국 지자체에 와상장애인 이동권과 의료 접근권 침해에 대한 구제를 신청했다. 같은 해 10월 시 인권보호관회의는 "사설 구급차 지원, 중증장애인 실태조사, 장애인 건강권과 의료 접근성 보장을 위한 조례 제정"을 뼈대로 한 시정 권고를 내렸다.
제도 개선도 이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동식 간이침대를 특별 교통수단 설비 기준에 포함하며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시는 이런 흐름을 반영해 지난 4월부터 와상장애인 이동 지원 시범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이동권 보장, 인권 기반 정책
와상장애인 이동 지원 사업은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닌 인권 기반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헌재 판결과 인권보호기관 권고, 시민단체 문제 제기, 법령 개정을 거친 제도적 실행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와상장애인 이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시범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은 7560만원이다. 시는 시범 사업을 통해 와상장애인을 위한 특수차량이 도입되기 전까지 현장 공백을 해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인수 시 교통국장은 "와상장애인 이동 지원 시범 운영은 제도 개선을 기다리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향후 시범 운영 결과를 분석해 정식 사업 전환 여부와 예산 편성, 관련 조례 개정 등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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