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인 최초 보스턴 콘서바토리 앳 버클리 뮤지컬 전공한 김신

“보스턴 콘서바토리 앳 버클리(Boston Conservatory at Berklee) 뮤지컬 전공의 첫 한국인 학사 졸업생.”
최근 한국인 최초로 미국 보스턴 콘서바토리 앳 버클리(버클리 음대)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김신(23·사진)씨가 주목받고 있다. 가수 윤상, 서문탁, 홍이삭 등 버클리 음대에서 수학한 한국인은 꽤 많지만, 같은 대학의 뮤지컬 전공자는 김 씨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학교 측에서 받은 레터(사진)를 내밀었다. 레터에는 이 학교 총동문 & 기부 사무 책임자가 김 씨가 ‘버클리 음대의 뮤지컬을 전공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씨는 “보스톤 콘서바토리는 미국에서 최초로 뮤지컬 전공을 만든 학교이자, 전통 있는 뮤지컬 교육 기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 이 학교에, 그것도 뮤지컬 전공으로 입학하게 된 걸까.
“무대에 처음 선 건 우연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그게 인생의 길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김 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카펠라 클럽 활동 중 선생님 권유로 뮤지컬 오디션을 보게 됐다고 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뮤지컬이었다. 60명 가까운 배우 가운데 동양인은 김 씨 하나였다고 한다. 김 씨는 “낯선 환경 속에서 작아지기 보다는 오히려 안에서 ‘한국에서 온 나, 뭔가 보여주자’라는 뜨거운 감정이 생겼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씨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함께 숨 쉬고, 그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라도 전할 수 있다는, 그 기적 같은 경험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렇게 그 순간 이후 무대는 단순한 공간이 아닌 삶의 이유가 됐습니다.”
김 씨는 15살 때 혼자 미국 오리건주로 유학을 갔다. 가족과 떨어져 처음으로 경험하는 미국 생활이었다. 그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김 씨는 처음에는 어떤 길을 가야 할 지 몰라 그냥 공부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유학 간 첫 해는 전교에서 1등을 차지했다.
어린 나이에 단신으로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 일이 녹록지는 않았을 터. 김 씨는 “미국생활은 너무 행복했지만 어려움이 없진 않았죠. 외동 아들이라서 그런지 외로움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특히 뮤지컬이나 스포츠 같은 방과 후 활동할 때 부모님들이 항상 픽업하거나 도시락을 싸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미국생활이 힘들게 느껴졌던 거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존경하는 인물로 조지 코웬(George M. Cohan)을 꼽았다. 미국 뮤지컬 역사에서 ‘브로드웨이의 아버지’(Father of American Musical Comedy)로 불리는 인물이다. 작곡가, 작사가, 극작가, 배우, 프로듀서로 20세기 초 미국 대중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브로드웨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진심, 그리고 배우이자 작곡가, 연출가로서 다방면에서 남긴 유산이 지금도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여전히 브로드웨이를 지켜보고 있는 그의 동상(사진)을 볼 때마다 저도 언젠가 그런 깊은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는 최근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뤄둔 병역을 마치기 위해서다. 군대에 다녀온 뒤 그는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그렇게 뮤지컬에 대한 공부를 이어간 뒤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게 목표다.
김 씨에게 꿈을 물어봤다. “제 꿈은 하나가 아니라, 마치 무대처럼 다각적이에요. 뮤지컬 배우로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것은 물론, 무대감독, 연출, 안무 등 뮤지컬을 구성하는 여러 영역에도 깊이 관여하며, 이 업계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특히 “언젠가는 한국과 브로드웨이, 두 뮤지컬 세계를 이어주는 창조적인 연결고리, 문화적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 제 가장 큰 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삶은 하나의 거대한 무대, 그리고 나는 내 인생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이다.(Life is a grand production, and I’m the star of my own show.”
김 씨가 좋아하는 말이라고 한다. “때로는 조명이 꺼진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고, 리허설 없이 맞이하는 예기치 못한 장면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무대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해요. 배우로서,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도 제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용기 있게 펼쳐나가고 싶습니다. 그게 제게 ‘뮤지컬’이 특별한 이유이고, 제가 무대에 오르는 이유입니다.”
그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고 계신 한국계 배우분들은 저에게 단순한 롤모델을 넘어, 진정한 길잡이 같은 존재입니다.
낯선 언어와 문화, 인종의 장벽을 넘어서 무대 위에서 찬란히 빛나는 그분들의 모습은, 저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고, 어떤 순간에도 꿈을 놓지 않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걸어오신 길을 따라, 그 발자취 위에 제 걸음을 포개며, 언젠가는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영감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그분들이 제게 그랬던 것처럼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저의 간절함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분들, 특히 제 부모님이 보내주신 응원과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늘 배우고, 나누고,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더 많은 무대와 플랫폼에서, 저만의 이야기와 진심을 전할 수 있길 바라며,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제 소식은 인스타그램(@shin.kim0817)을 통해서도 꾸준히 보실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장석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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