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부검으로 본 청소년 자살…"도움 요청도 못 하고 마음 앓이"
[EBS 뉴스]
10대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11년째 자살입니다.
특히나 최근 2~3년 사이 청소년 자살률이 급격히 올라가는 추세인데요.
이 아이들을 잃기까지 어떤 징후가 있었고 또 어떤 개입이 가능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정작 청소년들은 이 같은 심리부검 체계에서조차 소외되어 있습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10대 사망, 부동의 1위 '자살'
아이들이 죽음에 내몰리는 이유는?
국내 첫 청소년 심리부검 연구 입수
자살 청소년 97%, 사망 전 도움 요청 없었다
겉으론 평범, 속으론 곪아가던 아이들
사망 전 75% 우울 증상
학업·관계 스트레스도 절반 이상
조용히 무너지는 아이들,
앞으로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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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이 연구를 직접 수행한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먼저 심리부검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거든요.
이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홍현주 교수 /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검이라 하는 단어를 정의를 보면요.
사람이 사망을 하게 되면 해부를 통해서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게 부검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근데 만일에 자살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탐색하려면 면담을 해야 될 겁니다.
그런데 고인을 할 수는 없으니까 주변에서 고인을 가장 잘 아는, 특히 청소년의 경우에서는 부모님의 면담을 통해서 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살펴보고 탐색하는 연구를 심리부검이라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마치 시신을 부검하듯 이 사망한 고인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번 연구는 자살한 청소년 36명의 삶을 되짚어본 국내 첫 심리부검 분석입니다.
저희 뉴스에서도 앞서 보도를 해 드렸는데 연구진이 가장 주목한 부분이 어떤 점이었습니까?
홍현주 교수 /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저희가 이 연구를 시작한 게 10년도 사실 넘었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데이터가 없었거든요.
근데 이제 자살이라고 하면 어떤 이유든지 간에 자신의 몸에 해를 끼쳐서 그 결과가 사망에 이르는 것을 자살이라고 정의를 할 수 있는데요.
그 과정에는 수많은 사회적인, 문화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에 따라서 성별에 따라서 또는 나라에 따라서 그 특성이 매우 다릅니다.
근데 한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아이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이러한 결과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런 연구가 없었어요.
사실은 효과적인 대책을 위해서는 원인 분석이 먼저 이루어져야 되는 거고 그 원인에 가장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게 심리 부검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 우리나라 데이터를 제대로 구축을 해 보자 이런 목적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대책을 세우려면 원인을 자세히 분석을 먼저 해 봐야겠죠.
이번 연구를 통해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 양상이 또 해외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어떤 점에서 특히 차이가 있었습니까?
홍현주 교수 /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저희가 이제 정신과에서 배우거나 지금도 많이 알려진 지식 중에 하나가 자살 시도는 가장 중요한 자살의 위험 요인이고 청소년의 자살은 되게 충동적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희가 막상 해보니 우리나라 아이들의 경우 이전에 자살 시도나 자해를 했었던 경우는 20%도 안 되는 거예요.
즉 80% 정도는 첫 번째 시도에 이제 자살에 이르게 됐고요.
그리고 성격적인 특성이 충동적이거나 급작스럽게 가거나 뭐 이런 것보다는, 급작스러운 행동을 하는 친구들이 아니라, 사실은 굉장히 착실하고 소심하고 때로는 감정을 억제하고 때로는 약간 회피적인 그런 성향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요.
이거는 외국의 데이터들, 흔히 말하는 선진국하고는 굉장히 다른 결과인 거죠.
그리고 다른 나라 데이터들을 보면 특히 서양의 데이터들이죠.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이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는데 우리나라 애들은 별로 그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이런 점이 좀 다른 점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겉보기에는 별로 문제가 없어 보였던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는데 사실 이렇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망 전에는 우울 증상을 겪고 있던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맞습니다.
서현아 앵커
주변에서는 이걸 몰랐다는 거죠. 이유가 있을까요.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자살 시도한 친구들이나 자해한 친구들하고는 특성이 굉장히 다른데요.
많은 선생님들이나 또는 부모님들이 정말 문제가 없었고 몰랐다, 이런 얘기를 반 이상 사실은 합니다.
그런데 과연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이 예민하지가 못해서, 못 알아차려서 그렇게 보지는 않거든요.
이 친구들이 나중에 보니 우울 증상 진단이 다 나옵니다.
우울증이라고 하는 게 청소년 우울증, 특히 사춘기 증상이랑 굉장히 비슷하고요.
그리고 우울증이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 문제라든지 본인이 뭐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주변에서는 그냥 좀 힘든가 보다 얘가 사춘기니까 좀 그런가 보다 이렇게 보고 있어서 막상 그 상황에서는 죽음과 또는 특히 자살을 연관 짓기는 나중에 보면 그런데 그때는 정말 좀 어려운 게 현실인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네,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또 사춘기로 오인될 수가 있어서 알아차리기가 어려운 거군요.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동안의 자살 예방 정책은 주로 고위험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의 시사점은 이런 접근으로는 더 이상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라는 거죠.
앞으로의 과제 어떻게 보십니까.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근데 고위험군 대책이 효과가 없다 이런 얘기 아닙니다.
여전히 유효하고요.
지금 가장 효과 있는 정책이 뭐냐 그러면 그걸 할 수밖에 없고요.
여전히 자살 시도하는 친구들, 일반 인구보다 자살 위험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다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에서는 데이터상에서 이것만으로 좀 한계가 있는 거죠.
많은 친구들이 표시가 안 나니까 흔히 말하는 고위험군이 아니라 평소에 정말 몰랐고 첫 번째 시도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표시 안 나는 아이들, 이 친구들을 이제 그 대응을 해야 되는 건데요.
그러면 아주 초기부터 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힘들 때 그냥 참는 게 아니라 힘들다고 도움을 요청하고 그게 훨씬 더 건강하다는 거죠.
그리고 스트레스가 있으면 피하고 이런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도 하는 마음의 근력도 좀 키워야 되고요.
정신 건강 문제나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정신건강 교육에 대한 것들, 이제 보편적인 교육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될 것 같고요.
아마 그런 시도가 이제 시작된 건 아주 고무적인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가려져 있는 구조 신호를 잘 찾아내기 위한 연구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이번에 하신 심리부검은 청소년 36명 사례를 바탕으로 한 연구입니다.
굉장히 밀도 있는 조사였는데 앞으로도 이런 연구가 이어지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사실은 36명이지만 이 과정은 너무 오래 걸렸고요.
정말 전문적인 연구이고요.
그런데 지금 중단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이거는 숫자가 중요하지 않고요.
숫자를 넘어서는, 인력과 체계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체계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연구뿐만이 아니라 유가족 지원까지 같이 이루어져야 되고요.
지금 다시 재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인력과 체계가 지원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심리부검을 통해서 드러나지 않은 위기를 어떻게 놓치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는데요.
보이는 위험뿐 아니라 가려져 있는 징후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세심한 대책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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