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酒토피아' K-전통주 이야기…막걸리로 뉴욕 진출한 성수주조장
[※ 편집자 주 = 전통주가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어르신이 즐기던 술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남녀노소 누구나, 외국인도 매력을 느끼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막겟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해 인기 제품은 온라인 예매로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고, MZ세대는 '전통'을 '힙'하게 소비하며 막걸리 한 병에 자신만의 취향과 감성을 담습니다. 이처럼 전통과 정성, 과학과 문화가 깃든 'K-전통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문화로 성장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K-푸드, K-드라마, K-패션을 넘어선 K-전통주의 다양한 현장을 탐방하는 콘텐츠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진안=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우리나라 전통술의 인기가 유난히 더운 날씨처럼 식을 줄 모른다. 지난 해 2024 파리올림픽의 '코리아하우스'에서도 우리나라 전통주와 관련한 콘텐츠가 주목받았고, 전통주를 맛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도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나이와 국적 상관없이 사랑받는 한국 전통주를 지역 내 숨겨진 관광콘텐츠와 연계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이름하여 '전통주와 함께하는 내 나라 레트로 여행 반짝 상점'이라는 지역 경제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다.
제작진은 이런 흐름 속에서 100년 역사의 전통을 자랑하는 전북 진안의 한 막걸리 양조장을 찾았다. 진양우(52) 성수주조장 대표는 지역 막걸리 생산장만이 아닌, 세계로 뻗어나가는 'K-전통주'의 전초기지라는 강한 자신감을 전했다.
◇ "막걸리로 세계를 잇고 싶다"
전북 진안군 성수면. 성수주조장은 해발 500m가 넘는 고원 지대에 자리한 작은 양조장이지만 SNS를 통해 요즘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흔한 전통 양조장 같지만, 이곳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인증도 받은 막걸리 수출의 역군이다.
한 세기를 넘긴 이곳의 역사를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 출신 전북대 교환학생 샤론(24) 양이 성수주조장을 찾았다.
"어서 와요, 막걸리는 처음이지?"
입구에 들어서자, 깔끔한 유리문 뒤로 하얀 위생복을 입은 진 대표가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그는 샤론을 발효실로 안내하며, '막걸리는 손맛'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설명을 이어갔다.
"여긴 양조장의 심장부인 발효실입니다. 외부인한테 잘 안 보여주는 곳인데 특별히 오늘은 예외예요. 배관들은 전부 냉수, 온수 조절용이에요. 발효는 온도와 습도, 미생물의 싸움이거든요. 우리가 제어하지 않으면 매번 맛이 달라져요."
샤론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 조명은 왜 이렇게 예뻐요?"
진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멋으로 단 게 아니에요. 유해균을 골라서 살균하는 특수 조명이에요. 좋은 미생물만 남게 도와주죠. 이 시스템 덕분에 1년 365일 똑같은 품질의 막걸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진 대표는 원래 막걸리 업계 사람이 아니다. 20년간 코스닥 상장사의 연구소장이던 그는 기술자의 눈으로 전통주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 양조장 창업이 1925년이에요. 증조부, 조부, 아버지를 거쳐 제가 4대입니다. 제가 양조를 이어받으면서 고민했죠. 전통주가 살아남으려면 기술이 필요하다고요."
그는 전국 107개 양조장을 돌아다니며 배웠다. 어떤 곳은 고집스러운 손맛만 믿었고, 어떤 곳은 과감히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었다.
"결국은 균형이에요. 전통을 지키되, 현대 과학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성수주조장은 지난 2월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일본, 동남아 등으로 진출했다. 미슐랭 2스타, 3스타 레스토랑에도 납품 중이란다. 내년부터는 일본에 매실 막걸리를 매달 수출할 예정이다.
◇ "딸기 막걸리요? 어른들의 딸기 우유죠"
샤론은 시음을 기다리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가장 먼저 맛본 건 딸기 막걸리 '존버'. 이름부터 유쾌하다.
"존버요? 끝까지 버티라는 의미잖아요?" "맞아요. 요즘 젊은 세대가 많이 쓰는 말이잖아요. 힘든 시절, 버티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술이 되길 바랐어요."
진 대표는 병을 들어 흔들며 설명했다.
"이 병 안에 딸기가 20%나 들어 있어요. 생딸기를 갈아서 넣었죠. 쌀과 딸기로 만든 어른용 딸기 우유랄까요?"
샤론이 한 모금 들이켰다.
"달콤하고 상큼해요. 블루베리보다 맛있어요!"
이어서 매실 막걸리가 나왔다. 황매실을 1년간 옹기에서 저온 숙성시켜 만든, 도수 9도의 '스트롱 막걸리'다.
"이건 일본 공략용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매실을 워낙 좋아하니까요."
샤론은 진지한 표정으로 시음했다.
"조금 쎄지만 풍미가 깊어요. 남자들이 더 좋아할 것 같아요".
샤론이 막걸리 맛에 감탄하던 중, 진 대표는 조심스럽게 큰 그림을 꺼냈다.
"우린 이미 K-드라마, K-팝, K-푸드를 수출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K-스피릿'은 아직 없어요. 전통주는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어요. 우리 성수주조장이 그 첫걸음을 떼고 싶습니다."
그는 진안군의 미래까지 말했다.
"여긴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에요. 청년들이 떠나죠. 그런데 좋은 술, 좋은 산업이 있다면 다시 돌아올 거예요. 저는 진안을 젊고 활력 있는 도시로 만들고 싶어요."
샤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의 막걸리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친구들도 이걸 꼭 맛보게 할래요."
진 대표에게 성수주조장은 전통과 과학, 철학과 도전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날 발효실에서는 수백 리터의 술이 익어가고 있었고, 진안의 꿈도 함께 무르익고 있었다.
"좋은 술은 사람을 연결합니다. 막걸리도 그렇게 돼야죠."
진 대표의 말은 희망이 아니라, 그렇게 현실이 돼가고 있었다.
제작진은 K-전통주의 희망을 키우는 진안 성수주조장의 이모저모를 카메라에 담아봤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김희선, 프로듀서 : 신성헌, 웹기획 : 박소라, 영상 : 박주하, 박소라, 구성 : 민지애,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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