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여의도역에서
이정원 2025. 7. 8. 18:50
막힌 지하의 공기는 무겁고
전광판은 고장난 채로 흔들렸다.
누군가 떠난 자리엔 흩어진 신문이
바람 대신 혼란을 쓸어 담고 있었다.
그곳엔 목적 없는 발걸음들만 남아
긴장의 흔적을 흘리고,
정지된 시계는 제 시간을 잃어버렸다.
손을 꽉 쥔 사람들의 주머니 속엔
확신 대신 불안이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삐걱이는 소음에만 귀를 기울였다.
대기실의 벤치는 텅 비었고,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 명, 두 명, 무언가를 잃은 듯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없는 지하 속에서
눈 대신 차가운 빛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묻지 않았다.
오직
막힌 통로 너머에서
후레쉬 불빛이 이리저리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막힌 통로 너머에서
후레쉬 불빛이 이리저리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정원 시인
수상 시조시학 신인문학상, 공직문학상 시부문 외
시집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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